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첫 기술형 입찰방식으로 진행되는 인천신항 1-2단계 컨테이너부두 하부공 축조공사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축조공사 설계심의 결과 현대건설이 86.98점으로 1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설계점수와 가격점수의 가중치는 각각 70%와 30%다.
기술형 입찰은 수주를 원하는 건설사가 직접 설계 또는 계획을 제안해 평가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설계·시공 일괄입찰', '기본설계 기술제안', '실시설계 기술제안' 등이 기술형 입찰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앞으로도 기술형 입찰 방식의 대규모 공공공사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형 입찰 방식은 설계능력도 갖춰야 하는 만큼 수주는 이후 추가 일감을 따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술형 입찰사업을 따내면 향후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비슷한 형식의 사업에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에도 주관사로 참여한 기술형 입찰 공공공사에서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3건의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뽑는 인천신항 1-2단계 컨테이너부두 하부공 축조공사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인천신항 전면해상에서 컨테이너 전용부두 3개 건설을 위한 기반시설을 짓는 공사다.
이 공사의 추정 공사비는 3498억 원이다. 지난해 12월29일 마감한 입찰에는 현대건설, DL이앤씨, 남광토건이 참여했다.
윤영준 내정자는 지난해에 이어 연초부터 거둔 수주성과를 통해 임기 첫 발을 가볍게 뗄 수 있게 됐다. 윤 내정자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
현대건설은 12일 1264억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송전선 공사를 수주했고 9일에는 2280억 원 규모의 경기도 용인수지 신정마을 9단지 리모델링사업의 시공사로 뽑히기도 했다.
수주실적은 공사가 진행되면서 매출에 반영되는 특성상 윤 내정자가 현대건설의 외형 성장을 이루는 데는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영업이익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2019년보다 영업이익이 22.2%나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건설은 이와 관련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윤 내정자는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영업이익 개선에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업은 부지 매입부터 시공, 분양까지 전담하기 때문에 일반 도급공사와 비교해 시행 이익까지 올릴 수 있어 수익성이 우수하다.
현대건설은 올해부터 인천 송도와 서울 가양동 등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서는 2500세대 안팎의 주택이 포함된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2019년 말 사들인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 부지의 개발사업도 올해 하반기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확산세 둔화와 유가 반응에 힘입어 해외사업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건설 해외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그 이유로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같은 현대건설의 주요 수주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국제유가도 올해 1분기 전분기와 비교해 19% 늘어나는 등 완만한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분석했다.
윤 내정자가 주력으로 집중하게 될 영역이 주택사업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내 주택사업은 토목, 해외사업과 비교해 안정적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윤 내정자는 2020년 6월 주택사업본부장 시절 역대 최대규모의 재개발로 불렸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에 직접 조합원으로 참여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내정자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시공사로 선정된 뒤 "한남3구역이 강북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품단지 디에이치 한남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주택사업 역량을 대표이사 임기 내내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은 지난해에도 수주목표를 크게 넘어서며 성장기반을 마련해오고 있다.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18조8847억 원의 신규수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목표치였던 14조6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2019년 신규수주 13조267억 원보다도 5조 원 이상 늘어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기존 재개발, 재건축뿐 아니라 리모델링사업 전담팀도 신설한 만큼 사업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주택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며 "코로나19로 공사가 지연돼 상황이 좋지 않았던 해외사업장 수익성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