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윤석열 검찰총장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까?
박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곧바로 검찰인사를 하게 되는데
추미애 전 장관이 윤 총장과 검찰 정기인사부터 시작해 극한적으로 대립했던 데 비춰보면 인사가 두 사람의 관계 설정에서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을 받고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청문회장에서 말씀드리는 대로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일단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부드럽게 관계를 풀어가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이 윤 총장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극단화하면서 검찰개혁의 길에 불필요한 분란을 낳았다는 여권 내부 평가가 나왔다.
박 후보자도 30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했다”며 “그것이 저에게 준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접근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공개적으로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였다. 비록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이 대립하던 국면에서 둘 사이가 일부 틀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적 친분이 '화해'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 후보자가 검찰개혁 마무리에 나선 상황에서 윤 총장도 '검찰개혁'이라는 대전제를 거스를 순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상대를 적절히 배려하고 명분을 틀어쥐고 간다면 윤 총장도 무조건 어깃장을 놓을 수 없는 셈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30일 박 후보자 지명을 놓고 “박 의원을 이 시기의 법무부장관으로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며 “박 의원의 여러 장점과 특징을 인사권자가 잘 감안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박 후보자가 새로운 관계 설정에 나선다 해도 검찰개혁이라는 사안 자체가 법무부와 검찰의 조직적 대립을 낳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의 힘 빼기'를 검찰개역의 요체로 삼고 있어 검찰조직의 이해관계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 후보자와 윤 총장 관계의 첫 단추는 2021년 1~2월로 예정된 검찰 정기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은 법무장관 자리에 오르자마자 검찰인사를 단행하면서 윤 총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수용했던 기존의 관행을 혁파한 것이다.
추 전 장관은 법과 원칙이라는 명분 아래 법무부의 검찰 길들이기에 나섰다. 당시 윤 총장은 "내 손발을 모두 잘랐다"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국면의 뿌리를 당시 인사권 대립에서 찾는 분석이 많다.
조남관 대검 차장 등 윤 총장 징계 국면에서 법무장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검찰인사들을 어떻게 할지,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는 월성 원전의혹 수사라인을 어떻게 할지 등이 주목된다.
박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검찰인사 관련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와 윤 총장은 현재 서먹서먹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지난 10월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며 비판했다. 윤 총장은 “전에는 저한테 안 그러지 않았냐”며 맞받았다.
더욱이 박 후보자의 검찰개혁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그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제 삶 속에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있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고 말했다.[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