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웹툰 원작을 영화·드라마 등으로 만드는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의 무대를 글로벌로 옮기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으면서 웹툰 지식재산(IP)을 활용한 2차 콘텐츠도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모바일 데이터 분석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앱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국가 95곳에서 만화 분야의 수익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월간 순사용자(MAU) 1천만 명을 확보한 데 이어 수익 선두를 1년 가까이 지키고 있다. 월간 순사용자는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한 사람 수를 말한다.
유럽과 남미에서도 올해 3분기 기준 월간 순사용자 550만 명을 확보하면서 여러 국가에서 수익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말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서비스를 출시한 데 따른 성과로 분석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올해 1월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웹툰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며 “세계 주요 국가에서 1등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대표의 말대로 네이버는 올해 들어 미국을 거점 삼아 각국의 웹툰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전략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는 웹툰사업의 글로벌시장 안착을 바탕으로 웹툰을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 등으로 가공하는 지식재산(IP)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의 2차 가공을 통해 거둔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2016년부터 웹툰의 영상화 등을 활발하게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관련 매출 전망도 밝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와 파트너사를 통해 네이버웹툰의 2차 가공 과정에 참여하면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올해 CJENM·스튜디오드래곤과 지분교환을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가 올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웹툰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로 생산되면 CJ그룹과 사업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의 2차 가공물이 성공을 거두면 웹툰 원작을 보려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네이버웹툰 플랫폼과 관련한 매출 역시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는 2016년부터 웹툰의 2차 가공에 힘썼고 ‘치즈인더트랩’과 ‘신과 함께’ 등 다수의 흥행작도 냈다. 다만 이전에는 주로 국내 소비자에 초점을 맞춰 2차 가공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으면서 웹툰을 2차 가공한 결과물도 세계 소비자를 공략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네이버 웹툰 원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은 최근 한국 등 국가 8곳에서 인기 차트 1위에 올랐다. 미주와 유럽에서도 미국 8위, 멕시코 9위, 프랑스 10위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웹툰 스위트홈은 9개 언어로 세계에 서비스되면서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2억 건을 보였는데 이런 웹툰의 인기가 드라마로도 이어진 셈이다.
네이버웹툰 ‘지옥’과 ‘지금 우리 학교는’도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다. 글로벌 조회 수 40억 건을 넘어선 ‘여신강림’은 최근 드라마로 제작된 데 이어 네이버 계열사 라인스튜디오에서 모바일게임으로도 만들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글로벌 애니메이션회사 크런치롤과 손잡고 올해 웹툰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 등 애니메이션 3편을 제작하면서 투자·유통사업자로 참여했다.
11월에는 네이버웹툰사업을 맡은 미국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버티고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국내외 영상제작 스튜디오 3곳과 영상화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들이 한국 콘텐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시장을 노린 네이버의 웹툰 2차 가공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도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가 경쟁을 벌이면서 우리 지식재산의 가치도 이들을 통해 끊임없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툰은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완결성을 갖춰 2차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고려해 네이버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기업들과 협업해 웹툰 지식재산의 2차 가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