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권오준 사장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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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차기회장 내정자 |
내부인사 승계의 전통은 지켰다. 하지만 엔지니어 출신으로 사업구조 재편 등 여러 경영적 과제와, '박태준 색깔' 지우기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강한 요구에 맞서 포스코 지키기의 과제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포스코는 16일 임시임시회를 열어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권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는 권 사장과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오영호 코트라 사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5인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어 권 사장과 정 부회장으로 후보를 압축한 뒤 심층면접을 진행해 최종적으로 권 사장을 추천했다.
권 내정자는 오는 3월 14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에 정식 취임하게 된다.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향후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해 철강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고유기술 개발을 통한 회사의 장기적 메가성장 엔진을 육성하는 등 포스코그룹의 경영쇄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권 내정자 결정 배경을 밝혔다.
권 내정자는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인사이다. 포스코가 2000년 민영화 이후 유상부 이구택 전 회장, 정준양 현 회장에 이어 내부 인사가 최고경영자를 맡는 전통은 이어지게 됐다.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결정된 데 대해 포스코 안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정준양 현 회장이 박근혜 정부 들어와 임기 중에 사임의 뜻을 밝힘으로써 외압 논란이 있었고, ‘낙하산 인사’가 포스코를 점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유능한 외부 인사를 영입함으로써, 포스코를 일대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정 현 회장 사임 이후 내부 인사를 비롯해 헤드헌팅회사를 동원해 외부 인사 추천을 받았다. 하지만 최종 후보 5인에 오영호 코트라 사장만 포함되고 2인 후보에 오 사장마저 배제되자 포스코가 내부 인사 쪽으로 가닥을 잡고 차기 후보 몰색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권 내정자는 엔지니어 출신의 ‘‘실무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1950년 생으로, 서울대 금속공학과와 캐나다 윈저대 금속공학과(석사), 피츠버그대 금속공학과(박사)를 졸업했다. 이후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기술연구소 부소장, 기술연구소장 등을 거쳤고 포스코 기술부문장(사장)으로 재임중이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철강기술 전문가로 꼽히며, 유럽사무소장 등의 경험을 통해 해외 철강사 네트워크와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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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가 차기회장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
이런 이력은 포스코를 이끌 강점이기도 하지만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경영 쪽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약해 과연 포스코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도 받는다.
포스코는 산적한 과제들을 안고 있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경영성적은 악화되어 있다. 포스코는 정준양 현 회장 취임 직전인 2008년 매출 41조7420억원, 영업이익 7조173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원을 간신히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2008년 18%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대로 추락했다. 2002년 15개이던 계열사가 2012년 70개로 늘어나는 등 몸짓은 커졌지만,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이라는 명성은 빛이 바라고 있다.
이영선 이사회 의장은 이날 “철강 공급과잉, 원료시장 과점심화 등의 시장 여건으로 인해 포스코 뿐만 아니라 철강업계 전체가 마진 저수익성 환경에 처해 있다. 포스코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을 강력하게 추진해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포스코그룹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포스코의 향후 과제를 집약한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권 내정자가 ‘사업구조 재편’ ‘재무건정성 강화’ 등등을 강력히 추진해 갈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에 스스로 대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 들어 ‘포스코의 박태준 색깔 지우기’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도 과제이다. 박 대통령은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 포스코를 만들었는데도 박태준 명예회장이 포스코의 창업자처럼 인식되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포스코 내부에서 ‘박태준의 아우라’는 넓고도 깊다. 내부 경영과 인사 등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는 포스코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약점이기도 하다. 순혈주의 등 조직폐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포스코의 조직혁신의 과제는 당면한 것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박태준 탈색’ 요구의 대응으로 진행될 경우 자칫 조직 내부의 동요가 심각하게 일어날 수도 있다.
정준양 현 회장이 임기중에 뚜렷한 이유없이 외부의 요구에 따라 물러나고 그 자리를 다음 최고경영자가 이어가는 일련의 과정은 포스코의 경영권 창출 과정에 또다른 의문을 던지고 있다. 도대체 포스코가 정부가 최고경영자를 결정하는 '공사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최고경영자가 정권과 함께 등장하고 함께 퇴장하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답을 권 차기회장 내정자가 내놓을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정권교체만 되면 경영권이 뚜렷한 이유없이 물갈이 되는 일이 ‘또다른 전통’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권 차기회장 내정자의 과제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