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자본잠식 후폭풍이 삼성SDI로 번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데 삼성SDI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SDI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부실이 삼성SDI로 전가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 삼성SDI 유상증자 참여설에 ‘삐걱’
삼성SDI 주가는 3일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전 한때 전일보다 5.44%나 떨어지다가 오후 들어 반등해 0.4% 오른 12만 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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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성 삼성SDI 사장. |
삼성SDI 주가는 2일 5.16%나 하락했다.삼성SDI 주가는 독일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터진 직후인 9월21일부터 12% 넘게 오르는 등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앞으로 전기차가 주목받으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삼성SDI가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가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에 1조5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내고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내년 3월까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폐지의 위기에 내몰린다.
삼성SDI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SDI의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참여설은 10월부터 조금씩 흘러나왔다.
삼성SDI는 10월 30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엔지니어링 대주주로서 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며 “주주가치를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가 화학(케미칼)사업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고 받게 될 돈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케미칼 부문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하며 1조 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며 “이를 중대형 전지 사업 투자 재원이 아닌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확보에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화학사업을 롯데케미칼에 넘겨줄 경우 내년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는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을 맞고 있다.
◆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도 증자 걱정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은 어느 해보다 추운 연말을 맞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12월부터 내년 11월까지 1년 동안 돌아가며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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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
재충전의 기회로 여기는 직원들도 있지만 생활비 부담이 큰 직원들은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유상증자 참여를 놓고도 고심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2천억 원의 유상증자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사원급은 2천만 원, 대리급은 4천만 원, 책임급 이상은 6천만 원씩 배정된다는 소문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큰 돈이 들어가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사 걱정도 해야 한다. 사옥 매각도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회사의 한 직원은 “올 연말은 이래저래 어느 때보다 우울한 겨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