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계 인수합병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대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불발에 그친 데 이어 대우로지스틱스 매각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들이 몸값 높이기에 급급해 적절한 매각시점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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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호 로젠택배 사장. |
23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대우로지스틱스의 최대주주인 블루오션사모펀드(PEF)는 최근 매각 본입찰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블루오션사모펀드는 인수전 흥행 등을 고려해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끝난 뒤 대우로지스틱스 본입찰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언제 본입찰을 시작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 처했다.
블루오션사모펀드는 이미 대우로지스틱스 본입찰을 여러 차례 뒤로 미뤘다. 6월 본입찰을 진행하려 했지만 시장에서 실적개선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8월로 미뤘다. 8월에는 다시 10월 이후로 본입찰을 연기했다.
현대백화점도 최근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포기했다.
현대백화점은 9월 현대홈쇼핑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부익스프레스 본입찰에 유일하게 참여했다. 그 뒤 동부익스프레스의 대주주인 KTBPE와 두 달 넘게 가격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인수의사를 철회했다.
당초 올해 물류업계에 활발한 인수합병이 벌어지면서 물류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동부익스프레스는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거치면서 몸값 논란만 키웠고 대우로지스틱스는 일정을 계속 미루다 본격적인 매각절차를 밟지도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전문가들은 동부익스프레스와 대우로지스틱스 매각이 해를 넘기게 된 이유로 매각가격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점을 꼽고 있다. 자산이나 성장성 등 기업가치가 실제보다 높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상황에서 최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려다보니 고가 매각에만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부익스프레스의 최대주주인 KTBPE 측은 7천억 원대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4천~5천억 원대 수준의 인수가격을 제시했다.
대우로지스틱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수전 흥행을 위해 매각일정을 차일피일 미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인수후보들이 인수의사를 타진했다가 발을 빼 다른 인수후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5월 실시된 대우로지스틱스 예비입찰에 CJ대한통운과 한국타이어, 동원그룹, 대한해운이 참여했지만 이 가운데 한국타이어와 CJ대한통운이 불참을 선언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물류회사 대신 중국 물류회사인 롱칭물류를 인수하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타이어도 타이어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의 인수합병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으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의 흥행 부진 여파가 대우로지스틱스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는 사이 로젠택배가 매물로 등장하면서 흥행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상황이다.
로젠택배의 대주주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PE)는 JP모간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로젠택배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젠택배는 국내 택배시장에서 점유율 기준으로 4위를 달리고 있다. 로젠택배는 KGB택배의 지분 72.2%를 보유하고 있어 두 회사를 합친 시장점유율이 10%대에 이른다. 두 회사를 합치면 시장점유율 3위인 한진택배 격차도 크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