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현대상선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을 몰아주며 현대상선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17일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과 현대아산 지분이 사실상 소유권 이전이 돼 매각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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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현대상선은 최근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엔알 지분 49% 전량과 현대아산 지분 가운데 일부를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했다.
현대엘앤알은 서울 반얀트리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2012년 특수목적법인(SPC) 현대엘엔알을 설립해 쌍용건설로부터 1635억 원에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했다. 현대상선은 이 과정에서 441억 원을 출자해 현대엘앤알 지분 49%를 확보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이번에 현대엘앤알 지분 49%를 현대엘리베이터에 매입가격의 절반 수준인 254억 원에 넘겼다.
이를 놓고 현정은 회장이 현대상선의 주요 자산들을 낮은 가격으로 현대엘리베이터로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지분 33.79%도 장부가(461억 원)에 못미치는 358억 원에 현대엘리베이터에 넘겼다.
현대상선은 또 현대증권 경영권을 담보로 모두 3900억 원을 조달하면서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 현대증권 주식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이 조치 역시 현대상선이 제3자에 팔리거나 유동성 위기를 맞더라도 현대증권의 경영권을 그룹 내부에 남겨 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이 매각되면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아산/현대증권’의 지배구조는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아산/현대증권’으로 단순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