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정비사업 주도권이 건설사에서 조합으로 옮겨가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올해 서울의 마지막 도시정비사업으로 여겨지는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과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조합원들이 수주전 참여 건설사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20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 도시정비사업에서 과거 건설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흐름이 완전히 바뀌어 조합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합이 서울 도시정비사업 주도권을 쥐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서울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감소했다는 점이 꼽힌다.
사업성이 좋은 서울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조합의 선택권이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도시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안설계, 이주비 100% 지원 정도는 이제 서울 도시정비사업에서 기본 사업조건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조합 눈높이에 맞는 사업조건을 내놓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이 서울 도시정비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은 선정된 시공사와 계약을 해제하거나 갈등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 등에서도 조합이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제하고 다른 건설사와 시공계약을 맺었다.
서울 서초구 개포주공4단지,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은 설계내용, 공사비 내역 등을 놓고 시공사와 다툼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이런 움직임을 살펴봤을 때 흑석9구역과 11구역 재개발조합도 까다로운 입찰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도시정비업계는 보고 있다.
흑석9구역과 11구역이 올해 서울의 마지막 도시정비사업이 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서반포’, ‘준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건설사 경쟁도 치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은 층수와 동간 간격 등 문제로 앞서 시공사로 선정했던 롯데건설과 계약을 해지한 경험도 있어 새 시공사에는 더욱 높은 기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이 롯데건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 ‘르엘’의 적용을 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는 이를 제안하지 않고는 사업을 수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부터 준공까지 지원하는 ‘도시건축 혁신정책’ 사업지인만큼 설계 등을 두고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한강 조망이 가능해 흑석뉴타운에서도 가장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분양가가 낮은 선분양 제안으로는 조합원 표심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흑석11구역과 맞닿아있는 흑석7구역을 재개발한 ‘흑석 아크로리버하임’이 서울 강남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가장 가격이 비싼 아파트가 되면서 흑석11구역 조합원도 분양가를 놓고 기대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흑석 아크로리버하임은 최근 전용 84㎡ 실거래가가 19억 원에 이르렀다. 2018년 11월 분양가 7억8천만 원과 비교하면 2년이 안 되는 기간에 두 배 넘게 가격이 올랐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흑석9구역과 11구역 재개발사업에는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들이 대부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과거 진행됐던 흑석3구역, 7구역 수주전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