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
이랜드 옷을 입고, 이랜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이랜드 가구로 생활한다. 이랜드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이랜드 테마파크에서 여가를 즐기면서 이랜드 호텔에서 쉰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꿈꾸는 이랜드 세상은 아마도 이런 모습인 것 같다.
“우리의 사업군은 옷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관점에서 의, 식, 주, 휴, 미, 락 등 6대 핵심 콘텐츠로 확장될 것입니다. 2020년 여러분은 세계 곳곳에서 강력한 콘텐츠들로 구성된 이랜드 테마도시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박 회장은 10년 전 이런 말을 했다. 이 말이 절반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6개 사업영역에서 무려 250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6개 사업 영역이란 의(의류), 식(외식), 주(건설, 가구, 생활용품), 휴(호텔, 리조트), 미(백화점), 락(테마파크, 여행)을 말한다.
박 회장은 이런 사업구조를 거의 완성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3조 원, 국내 매출 7조 원으로 총 매출 10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6천억 원을 기록했다.
박 회장은 올해 프로축구단 창단을 선언한 데 이어 화장품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박 회장이 말한 의, 식, 주, 휴, 미, 락의 조각그림들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
박 회장 말대로 2020년이 되면 이랜드 테마도시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박 회장은 그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여전히 속도를 멈추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 화장품으로 ‘미’ 완성하고 축구단으로 '락' 넓히고
“유일하게 화장품사업만 아직 손을 안대고 있다. 적당한 회사가 나타나면 인수합병을 통한 진출을 검토 중이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최근 화장품사업 진출의사를 밝혔다.
화장품사업 진출은 유통사업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것이다. 의류, 잡화, 요식업까지 다양한 사업을 빠짐없이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지만 화장품회사는 없다. 박 회장이 내세운 6대 콘텐츠의 ‘미(백화점)’에서 화장품만 빠져있는데 이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이랜드와 친밀한 중국과 아시아의 대형 유통그룹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보면 왜 화장품사업을 안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며 “백화점, 쇼핑몰 등 유통망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독 화장품이 없어 항상 아쉬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이랜드의 인수합병 대상이 어디가 될지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4년간 인수합병시장의 단골 매물이었던 코리아나의 주가는 계속 뛰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는 "이랜드가 생산기반과 브랜드숍을 갖춘 중견기업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코리아나와 에이블씨엔씨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랜드그룹은 대형쇼핑몰이나 백화점에 들어갈 때 ‘블록식’으로 입주한다. 새로 문을 연 쇼핑몰이나 백화점은 입점기업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그런데 이랜드를 유치하면 쉽게 해결된다. 아동의류, 숙녀복, 남성복 등 각종 의류에 귀걸이, 가구 등 여러 소비제품들을 한꺼번에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
|
|
▲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프로축구단 창단을 선언했다. |
특히 중국에 대형쇼핑몰들이 늘어나면서 이랜드그룹을 부르는 곳이 많아졌다 박 회장이 화장품사업에 진출하면 그가 내걸었던 6대 콘텐츠 가운데 ‘미’사업의 화룡점정을 찍을 뿐 아니라 중국에서 매출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달 9일 프로축구단을 창단해 2014년부터 2부리그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부회장은 “5년 이내에 그룹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자생적으로 이익을 내는 자립형 구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후원 아래 축구팀을 운영하는 기존 프로축구단과 달리 기업의 지원없이 구단의 자체 수익사업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축구단 창단은 ‘락’사업의 또다른 퍼즐을 완성하면서 소비재 중심인 이랜드그룹의 각종 브랜드의 매출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랜드그룹이 축구단의 연고지를 서울의 강남으로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의 패션사업에 스포츠 브랜드도 다수 있다.
이랜드그룹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해외사업을 주력하고 있다. 이곳에서 축구는 인기다. 이랜드 축구단을 통해 교류전을 펼칠 경우 해외사업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 유통과 패션에서 호텔과 레저로
박 회장은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유통레저그룹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갖고 유통과 패션으로 몸집을 키운 뒤 호텔과 레저로 영역을 확대해 간다는 시나리오를 구상해온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이런 구상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은 2003년 뉴코아백화점 인수에 성공했을 때다. 그는 당시 “이랜드의 사업은 고객관점에서 볼 때 의, 식, 주, 휴, 미, 락 등 6대 핵심 콘텐츠로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핵심 계열사 ‘리틀브렌’의 회사이름을 ‘이랜드월드’로 바꿨다. 이랜드월드는 나중에 이랜드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성장했다. 이랜드월드라는 회사 이름은 박 회장의 꿈꾸던 이랜드그룹의 미래가 담겨있다. 그는 “2020년 우리의 6대 콘텐츠로 구성된 이랜드 테마도시를 세계 곳곳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때부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3년 뉴코아백화점을 인수한 데 이어 2005년 해태유통, 2006년 까르푸를 인수했다. 의류에서 유통으로 사업을 확대했던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쓴 경험도 했다. 해태유통은 채무가 늘면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에 넘겼고 까르푸도 2년 만에 홈플러스에 재매각했다. 하지만 이런 실패가 경험으로 쌓여 이랜드그룹은 국내 최다 점포(50개)를 보유한 유통회사로 발돋움했다.
박 회장은 2007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이랜드그룹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랜드그룹은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현지화와 고급화 전략이 통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도 박 회장을 도왔다. 이랜드그룹은 중국 진출 이후 매출이 연 20%가 넘게 증가했다. 작년 중국매출만 2조4천억 원에 이른다.
박 회장은 이 기세를 몰아갔다. 백화점과 쇼핑몰을 인수해 유통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호텔과 리조트, 놀이동산을 인수하면서 레저사업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한국콘도를 기점으로 서라벌호텔, 코아호텔, 프린스호텔 등 국내 호텔과 사이판PIC, 사이판 팜스리조트, 구이린 호텔 등 해외 호텔을 잇따라 인수했다. 대구 우방랜드를 사들여 테마파크도 안았다.
박 회장은 이 과정을 통해 의, 식, 주, 휴, 미, 락 사업의 틀을 갖추었다. 박 회장은 이 6대 핵심 콘텐츠사업을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등 3개 핵심 계열사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레저사업을 주로 담당하는 랜드파크와 유통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이랜드리테일의 지분을 각각 99.9%, 74.6%씩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매출 1조9860억 원, 영업이익 1990억 원이었다. 이랜드파크는 매출 5070억 원, 영업이익 185억 원을 기록했다.
의류사업을 담당하는 이랜드월드의 경우 1조61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의류사업은 치열한 경쟁으로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박 부회장은 “2020년까지 호텔과 레저사업만으로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레저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비쳤다.
|
|
|
▲ 이랜드차이나 매장 모습 |
◆ 박성수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박 회장이 이랜드그룹을 키운 원동력은 인수합병이었다. 의류사업은 물론 유통사업과 레저호텔사업에서도 대부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그런 만큼 부채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2010년 3조 원 규모였던 이랜드그룹의 부채는 2013년 5조 원을 넘어섰다.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무려 370%다. 이랜드파크 부채비율도 230%에 이른다. 순차입급 비율도 같은기간 50%에서 78%로 높아졌다. 이랜드리테일도 부채비율이 274.6%에 이르고 차입금 의존도가 50% 수준이다.
핵심 계열사들이 우량과 비우량 판단기준인 '부채비율 200%'와 '차입금 의존도 30%'를 모두 넘긴 상태다. 차입금이란 일정한 기한 내에 원금과 이자를 내야하는 채무를 말한다. 지난 2년 동안 이랜드그룹의 차입금 증가액은 5천억 원에 이른다.
채무문제가 불거지자 신용등급에도 이상이 생겼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부정적’(BBB+)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호텔 및 백화점, 브랜드 등을 인수하면서 과도한 자금을 쓴 탓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이랜드그룹의 재무상태를 경고했다. 보고서는 “적극적 M&A로 빚어진 재무적 우려를 잠재우려면 이랜드월드, 이랜드리테일, 중국법인 등 비상장 계열사들의 지분을 이용해 차입금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랜드그룹의 재무상태에 대해 그렇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고려하면 지금의 부채규모는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랜드차이나의 2012년 영업이익은 28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800억 원 정도가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에 배당금으로 들어왔다. 이랜드그룹은 이 배당금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 부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이랜드그룹의 설명이다. 이랜드그룹은 재무적 문제가 생길 경우 중국법인을 홍콩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고 자신한다.
증권사 관계자는“이랜드그룹은 뉴코아백화점을 인수했던 2003년부터 재무 건전성이 항상 안 좋은 상태였다”며 “자산을 분할 매각하는 등 다양한 기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