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경쟁기업 대만 TSMC에 맞서 기술력 우위를 보여줘야 할 일이 다급해졌다.
TSMC는 가장 심화한 미세공정으로 여겨졌던 3나노급 공정을 넘어 2나노급 공정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세공정 기술 수준이 파운드리 분야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TSMC에 반도체 일감을 맡기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2나노급 공정 개발에 들어가는 것을 계기로 기존 고객사 애플과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디지타임스는 “애플은 2나노급 공정에서 TSMC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2나노급 반도체 위탁생산을 이미 TSMC에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이미 애플의 5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고 3나노급 공정도 순조롭게 개발하고 있는 만큼 2나노급 공정에 관해서도 신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TSMC는 25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술심포지엄을 통해 2나노급 공정에 관한 구체적 로드맵을 내놨다.
대만 신주지구에 2나노급 파운드리공장 및 2나노급 공정용 연구개발센터를 짓기 위한 부지를 이미 확보했다. 연구개발센터는 8천여 명 수용이 가능한 규모로 2021년부터 운영할 것으로 예정됐다. 2나노급 반도체 생산 예상시점은 2024년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앞서 3나노급 공정 개발을 알린 뒤 2나노급 공정과 관련된 계획은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 TSMC와 비교해 한 발 뒤처져 있다.
이런 반도체 미세공정 격차는 고객사를 유치하는 문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얼마나 더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반도체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직 생산시설도 건설되지 않은 2나노급 공정을 놓고 위탁생산 일감을 줬다는 보도가 나오는 점을 봐도 반도체 미세공정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IT매체 기즈차이나는 “반도체는 회로가 가늘어질수록 전력효율이 좋아진다”며 “TSMC의 2나노급 공정 개발은 3나노급 공정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삼성전자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고 바라봤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파운드리사업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3분기 TSMC가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53.9%에 이르고 삼성전자는 17.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퀄컴, AMD, 엔비디아 등 다른 글로벌 반도체기업들까지 애플을 따라 TSMC의 2나노급 공정에 위탁생산을 맡기게 되면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반도체업계에서는 TSMC가 먼저 2나노급 공정 로드맵을 내놨다고 해서 TSMC의 기술이 무조건 삼성전자보다 우위에 있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파운드리 분야 미세공정 기술에서 ‘초격차’를 강조해 왔다. TSMC와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기술 자체는 비슷한 수준에 이르러 있다는 것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3월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파운드리시장은 첨단 공정에서 결정된다”며 “그런 면에서 삼성 파운드리는 경쟁사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의 2나노급 공정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을 뿐 충분히 개발이 진행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포럼과 같은 공개적 행사를 통해 2나노급 공정 등 발전된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파운드리포럼은 반도체기업들을 대상으로 파운드리 관련 첨단 기술과 지원정책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파운드리포럼을 통해 3나노급 공정 개발을 밝혔다. 올해 5월에도 각국에서 파운드리포럼을 열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했다.
IT매체 아난드테크는 삼성전자가 미뤘던 파운드리포럼을 올해 말에 열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포럼에 관해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