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돈 블루 색상의 르노 조에. <비즈니스포스트> |
르노삼성자동차가 유럽 전기차시장의 강자 ‘르노 조에’로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르노삼성차는 르노 조에의 경쟁모델과 비교해 낮은 가격과 운전하는 재미를 앞세워 생애 첫 전기차 구입을 고민하는 20~30대를 적극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르노 조에는 2012년 유럽에서 처음 출시된 뒤 올해 6월까지 모두 21만6천 대 팔려 전기차 판매순위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작은 덩치에 날렵한 눈매 갖춰, 디자인은 무난
21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에서 르노 조에 시승행사가 열렸다.
최상위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인 인텐스 차량이 시승차량으로 제공됐다. 조에는 △젠(ZEN) △인텐스 에코 △인텐스(INTENS) 등 모두 세 가지 트림으로 구성되는데 인텐스 에코와 인텐스 트림에만 9.3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이 장착돼 있고 젠 트림에는 7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이 적용됐다.
시승은 동대문디지털플라자 2층 지하주차장에서 출발해 광화문 도심을 거쳐 북악 스카이웨이를 들른 뒤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왕복 20km 코스로 짜였다.
르노 조에는 작은 덩치에도 날렵하고 다부진 인상을 풍겼다.
그릴에서 헤드램프까지 이어지는 얇은 선이나 매섭게 올라간 헤드램프 끝자락이 눈길을 끌었다.
르노삼성차가 이번에 국내 출시한 르노 조에는 2019년 6월 부분변경을 거친 3세대 모델로 사실상 2012년 르노그룹이 내놓은 1세대 모델과 디자인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 헤드램프에 LED 조명을 적용한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데도 유행에 뒤처지기보다는 오히려 세련됐다는 느낌을 줬다.
차량의 전체 윤곽은 한국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를 떠올리게 했다. 두 차량 모두 소형 해치백인 데다 몸집도 비슷하다.
르노 조에의 길이, 넓이, 높이는 각각 4090mm, 1730mm, 1560mm이고 쉐보레 볼트EV의 길이, 넓이, 높이는 각각 4165mm, 1765mm, 1610mm이다.
▲ 르노 조에 뒷좌석은 소형 SUV와 비교해 넉넉하지 않다. 체구가 있는 편이라면 무릎 공간이나 머리 위 공간이 다소 비좁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 가속과 감속페달 민첩하게 반응, 언덕길에서도 거침 없이 주행성능 뽐내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마자 르노 조에의 상품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당장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지상까지 거침없이 치고 올라가더니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이나 북악 스카이웨이 산길에서도 경쾌한 주행성능을 뽐냈다. 디젤엔진을 얹은 SUV를 운전할 때와 비교해도 힘이 달린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몸집이 작은 덕분도 있겠지만 르노 조에가 갖춘 기본 역량이 우수하다. 르노 조에는 100킬로와트시(kW)급 R245 전기모터를 장착해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5kgf·m의 힘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5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3.6초이다. 르노삼성차는 르노 조에가 뛰어난 가속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아무래도 시승코스가 도심 위주로만 짜이다보니 시속 60km 넘는 속도로 달릴 일이 없어 직접 체감하지는 못했다.
가속페달이나 감속페달은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민첩하게 반응했다.
조향감은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같은 세단처럼 묵직하진 않았으나 경쾌한 느낌을 줬다. 스티어링 휠을 트는 대로 차체가 곧이 곧대로 따라오는 점은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게끔 했다.
그렇다고 차선을 바꾸거나 굽은 도로를 달릴 때 차체가 휘청이거나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르노 조에는 안정적이면서도 민첩하게 굽은 길을 달렸다.
◆ 내리막길에서 전기 충전하는 기능은 신기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삼청터널까지 이어지는 내리막길에서는 르노삼성차가 꼭 사용해보라고 강조했던 '원 페달 드라이빙 모드'를 사용해 봤다.
르노 조에는 스틱으로 후진(R) - 중립(N) - 드라이브(D/B) 등 주행모드를 조절할 수 있는데 드라이브모드 상태에서 스틱을 아래로 한 번 더 당기면 'B모드'로 설정된다. 이 때부터 차량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떼마다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한다.
계기판 화면에 뜨는 그래프로 전기가 충전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B모드로 놓고 달리면 초록색의 '충전(charge)' 그래프가 큰 폭으로 움직인다.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남은 주행 가능거리는 272km였는데 내리막길을 다 내려온 뒤에 봤더니 수치는 13km가 늘어난 285km를 보였다.
르노 조에는 한 번 충전으로 309km를 달릴 수 있다. 아직 국내에 전기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보니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이 점을 중요하게 따지는 데 '원 페달 드라이빙 모드'를 잘 활용한다면 더 긴 거리도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원 페달 드라이빙 모드'는 B모드뿐 아니라 D모드에서도 작동한다. 다만 계기판의 그래프로 확인했을 때 D모드로 달릴 때는 B모드일 때와 비교해 전기가 충전되는 양이 확실히 적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 르노 조에 앞좌석을 찍은 모습.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나 다이얼식 공조조작 버튼 때문인지 르노삼성차의 XM3나 르노 캡처와 상당 부분 닮았다는 느낌을 준다. <비즈니스포스트> |
◆ 안전사양은 다소 아쉬워, 가성비는 20~30대 공략에 무기
르노 조에는 아무래도 차체 크기가 작다보니 가족용 차량보다는 혼자 사는 20~30대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지 않을까 싶다.
르노삼성차 역시 르노 조에의 주요 타깃층으로 △도심에서 출퇴근하는 젊은층 △첫 차로 전기차를 선택하려는 젊은층 등을 잡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가격 경쟁력은 르노 조에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르노 조에는 모두 3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젠(ZEN) 3995만 원 △인텐스 에코(INTENS ECO) 4245만 원 △인텐스(INTENS) 4395만 원 등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 서울에서는 최저 2809만 원에, 제주도에서는 최저 2759만 원에 르노 조에를 살 수 있다.
한국지엠 쉐보레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으면 3323만 원과 3544만 원 사이에서 구매가 가능한 점과 비교해봐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성비를 맞추려다 보니 안전사양에서 아쉬운 점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완성차기업들이 최근 내놓는 신차들에 대부분 적용되는 차선유지기능이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등이 르노 조에에는 없다.
편의사양은 컵홀더를 쓰는 게 불편하다는 것 빼고는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오디오시스템에 공을 들인 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가뜩이나 전기차라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소음이 적은 가운데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기분 전환용 드라이브를 즐기는 20~30대라면 크게 반기지 않을까 싶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
▲ 개인적으로 르노 조에 디자인 가운데 뒷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