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동구 둔춘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의 내부 분쟁을 주시하고 있다.
조합은 분양방식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그 여파로 분양일정이 미뤄진다면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분양 목표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 (왼쪽부터)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
26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7월9일 열리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총회는 무산되거나 일반분양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이번 총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에 따른 3.3㎡당 2900만 원대 분양가 수용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총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 기준에 따른 분양가를 수용하기로 결정이 나면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7월28일 전에 선분양 방식으로 입주자 모집공고(분양공고)를 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상당수 조합원으로 구성된 둔촌주공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런 계획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낮은 분양가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다며 후분양을 통해 최대한 분양가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비상대책위가 25일 약 2500장의 조합장 해임발의서도 제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대위는 조합원 6123명 가운데 절반가량을 설득한 것으로 추산된다.
재건축조합 주요 안건은 조합원 과반수 참석, 참석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분양안건이 부결되거나 총회 개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현대건설(28%), 현대산업개발(25%), 대우건설(23.5%), 롯데건설(23.5%)로 구성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업단은 재건축조합의 내부 분쟁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선분양안건 처리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조합 집행부가 비대위 인원으로 교체되면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은 후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며 올해 분양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분양이 미뤄지면 2월부터 터를 다지는 공사를 시작한 시공사업단은 각종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주택공급 실적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전체 공급물량이 1만2천 세대에 이르기 때문에 시공사업단에 포함된 건설사들의 올해 주택공급 실적을 좌우할 수 있는 사업장으로 여겨진다.
특히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주택 공급실적이 목표를 크게 밑돌았던 만큼 올해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상황에 놓여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에게도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은 중요한 주택사업이지만 이 두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2만800여 세대를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분양은 1만2500여 세대만 이뤄졌다. 목표 달성률은 60%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만5900여 세대를 분양목표로 삼았지만 실제로 6390세대만 공급해 목표의 40% 수준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모두 2만여 세대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회사가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물량을 각각 3천 세대가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주택 공급실적의 15%가 둔존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진행에 달려있는 셈이다.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분양이 애초 계획대로 7월 안에 이뤄지길 기대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우선은 조합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공사업단을 대표하는 주관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싼 문제들이 이른 시점에 해결되길 바란다”며 “시공사업단은 조합의 결정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과 관련해서는 시공사업단 전체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며건설사별로 개별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고 밝혔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170-1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5층, 85개 동으로 1만2032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