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슈완스 인수로 미국 식품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사료용 아미노산과 식품조미소재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사업부문의 글로벌화에도 본격적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CJ제일제당은 천연 발효 조미소재 ‘테이스트엔리치(TasteNrich®)’를 출시하며 MSG를 중심으로 고착화된 식품 조미소재시장에 100% 천연 발효 조미소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조미료로 도전장을 냈다.
글로벌 식품 조미소재시장은 일본 아지노모토가 MSG를 앞세워 오래동안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일본 아지노모토가 MSG를 개발한 것은 이미 10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일본 아지노모토에 견줄 만한 경쟁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일본 아지노모토의 MSG를 기반으로 한 대상의 ‘미원’이나 CJ제일제당의 ‘다시다’ 등이 인기를 끌었지만 글로벌시장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내수 상품’에 머물렀다.
CJ제일제당은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천연 발효공법으로 ‘테이스트엔리치’를 만들어 화학처리 등의 공정을 거쳐야하는 MSG와 차별화를 뒀다.
또 같은 천연 조미소재지만 특유의 냄새나 일부 알러지 성분이 포함됐던 ‘효모 엑기스’의 단점도 모두 잡았다.
이런 차별화 요소를 앞세워 CJ제일제당은 최근 유기농과 프리미엄 제품 등 ‘건강한 맛’을 찾는 글로벌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CJ제일제당은 2016년 7월 CJ제일제당만의 효소 기술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는 크게 낮춘 반합성 감미료인 ‘알룰로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며 연구개발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또 식품 조미소재와 함께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의 주축 사업으로 꼽히는 사료용 아미노산 분야의 5개 품목으로는 이미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사료용 아미노산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1년으로 일본 아지노모토 등을 비롯한 글로벌 바이오기업보다 수십 년 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였지만 역전에 성공했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은 사료용 아미노산사업에서는 격차를 더욱 벌리고 아직은 도전자 위치인 식품 조미소재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겠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강 사장은 올해 3월 주총에서 “올해는 ‘글로벌 1위 식품·바이오회사’란 비전 아래 무한도전의 대장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아미노산 세계 제패를 달성하고 신규사업 확대로 세계 1등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사료용 아미노산과 식품 조미소재 등이 포함된 바이오 사업부문에 8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2023년까지 글로벌 1위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세워뒀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중국 효소 제조 전문기업인 유텔 지분 80%를 350억 원에 인수하고 2분기부터 미국에서 사료용 ‘아르기닌’을 생산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보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이 ‘국내 최대 식품기업’이라는 수식어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바이오시장 1위를 목표로 한 것은 2007년 CJ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뒤 CJ제일제당이 온전히 사업에 집중하게 된 시기부터 본격화됐다.
지주 출범 직후 CJ제일제당을 이끌었던 김진수 당시 사장은 “삼성전자가 휴대폰, 가전 등에서 세계 선두권임과 동시에 반도체 메모리분야에서 세계 1위인 것처럼 CJ제일제당도 그린바이오산업을 통해 승부수를 띄우겠다”며 “그린바이오산업 분야의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연구개발과 투자를 해 그린바이오시장에서 CJ 브랜드를 확실히 심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린바이오는 생물체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각종 유용한 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이런 계획에 걸맞게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업계에서 연구개발비로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
연도별로 연구개발비 규모를 살펴보면 2017년 1156억 원, 2018년 1252억 원, 2019년 1432억이다. 2007년 147억 원에서 10년여 만에 10배 가까이 불었다.
CJ제일제당은 BIO기술연구소와 식품연구소, 미래기술연구소 등 연구소 3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현재 전 CJ제일제당 사장이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연구소를 총괄 관리하는 CJ기술원장을 맡아 후방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