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일감을 몰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이트진로 총수 일가와 경영진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부장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박 부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또 김인규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 김창규 상무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하이트진로 법인에는 2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은 하이트진로가 맥주캔 제조·유통 과정에 박태영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중간거래과정에 끼워넣는 일명 '통행세' 수법으로 43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행위가 유죄인지 여부를 다퉜다.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이 행위가 박태영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과정과 관련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런 지원행위는 박태영의 경영권 승계 비용을 보전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판로개척 등 경영판단은 개입돼 있지 않고 오직 박태영의 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행위로 참작할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맥주캔, 알루미늄코일, 밀폐용기 뚜껑 등으로 지원대상을 바꾼 과정을 두고도 "미필적으로나마 위법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위법을 발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이트진로는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2008년 이후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공캔 1개당 2원씩의 통행세를 지급했다.
이후 2013년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고 삼광글라스에게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2014년에는 삼광글라스에게 글라스락캡 구매시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도록 요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이와 같은 불법행위를 적발해 총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 부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