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골목상권'을 향한 욕망은 어쩔 수 없다. 편의점 '위드미'를 인수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깼다. '유통왕국'을 꿈꾸는 그로서는 왕국의 마지막 퍼즐이 될 골목상권을 놓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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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경영 전략 워크숍에서 새해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신세계그룹은 지난 6일 편의점 위드미를 운영하는 위드미에프에스 인수를 완료하면서 편의점 사업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밝혔다.
위드미는 현재 가맹점 수가 89개에 불과하다. 편의점 ‘빅3’인 CU, GS25, 세븐일레븐이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비한 존재이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이 인수 완료하면 공정거래위원회 모범거래 기준을 피해 가맹점 수를 점차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반경 250m 이내에 같은 브랜드의 새 점포를 개설할 수 없게 한 모범거래 기준을 마련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탈행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신세계 측은 위미드 편의점의 운영형태가 일반 편의점과 달라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본사와 가맹점이 매출액을 나눠 갖는 일반 편의점과 달리, 위드미 편의점의 경우 본사는 가맹점에 물품 공급만 하는 상품공급형 편의점으로 운영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위드미를 인수한 후에도 독립형 편의점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 상품공급사업의 장점을 살리면서 신세계의 구매력과 상품기획, 물류지원 등을 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어겼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편의점 가맹주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반발이 나온다. 본사와 가맹점주 간 불공정 계약 논쟁은 일어나지 않더라도 신세계가 상품공급력을 강화해 다른 편의점 또는 개인이 운영하는 슈퍼에도 영업망을 확대할 나갈 경우 기존 도매상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세계로서는 이런 부담은 부차적인 것일 수 있다. 유통왕국을 향한 질주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 정도였을 수도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신세계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복합쇼핑몰’을 지목했다. 경기도 하남의 교외형 복합쇼핑몰, 고양 삼송지구 복합쇼핑몰,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김해 복합터미널 등에서 개점 예정인 교외형 복합쇼핑몰 등의 투자액은 올해만 2조6000억원이다. 더 이상 신규 출점이 어려울 정도로 포화상태인 서울지역에 비해 대형유통업체가 적은 교외나 지방에 투자해 신규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복합쇼핑몰도 유통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재 복합쇼핑몰로 사업자등록을 하게 되면 의무휴업, 신규출점제한 등 유통법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또 복합쇼핑몰은 여가와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점포 활용도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백화점, 아울렛, 식당, 영화관 등이 한데 묶은 복합쇼핑몰은 골목상권 침해논란으로 출점이 제한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대체제로 부상 중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이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복합쇼핑몰과 편의점은 신세계가 유통왕국을 완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또다른 유통제국을 건설하려는 롯데와의 치열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골목상권은 결코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정부가 골목상권 침해 가능성을 문제로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자 ‘변종 SSM’격인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품공급점’을 출점시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 부회장은 “이마트에브리데이 상품공급점 등 변종 SSM에는 이마트 간판을 달지 않겠다”고 말했다. 위드미 인수를 통해 다시 골목에 섰으니 '절반의 약속'만 지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