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0-05-0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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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원만한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채 사장은 가스공사의 비용부담 문제와 다른 공기업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직접고용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1일 가스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가스공사와 비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각각 자회사를 통한 고용과 가스공사 직접고용이라는 다른 방안을 내놓으며 여전히 평행선을 걷고 있다.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조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사실상 용역업체 고용과 다를 바 없다며 소방과 특수경비, 전산 노동자 등 1200여 명을 가스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2월7일부터 20일 동안 파업 투쟁을 벌였다. 2월10일에는 채 사장의 집무실까지 점거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비정규지부 소속 노조원 90여명은 채 사장의 집무실을 점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가스공사는 정부 지침을 준수해 노사전문가협의회에 임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근무하고 있는 전환 대상자들을 대량 해고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해 협의에 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 사장은 노조의 사장실 점거를 두고 "정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대화를 통해 정규직 전환에 적극 노력하겠다"면서도 "불법행위와 관련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가스공사로서는 1200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직접 고용하면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18년 인건비로 3210억 원을 지출했다. 가스공사가 2018년 거둬들인 영업이익 1조2768억 원의 4분의 1정도다.
그동안 다른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 전환과 관련한 선례들을 비추어볼 때 가스공사 또한 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노조와 협의는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며 "회사가 처음에 내놓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방침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대부분 자회사를 새롭게 설립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노조의 반발과 '우회 정규직 전환'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1호’ 공공기관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회사를 설립한 뒤 이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꼼수’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시설관리’, ‘인천공항운영서비스’ 등 두 개의 자회사를 설립해 각각 3800여 명, 23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번째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를 3월 새로 설립하고 올해 특수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1천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전력공사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위한 3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한국전력은 2019년 3월 ‘한전MCS’를 설립해 검침요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으며 ‘한전FMS’를 설립해 사옥 경비 등을 맡는 인력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모두 6500명을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2019년 12월에는 고객센터 업무를 수행할 직원들을 고용할 자회사인 ‘한전CSC’를 세우기도 했다.
공공기관이 직접고용을 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회사들과 비교해 인력 규모가 현저히 작기 때문에 직접고용이 가능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4월 말 비정규직 475명을 직접고용 방식으로 정규직화하고 1일자로 정원에 반영했다.
가스기술공사는 이에 앞서 2017년 7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직후 58명의 기간제 및 파견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모두 533명의 비정규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됐다.
정부는 2017년 7월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하며 공공기관 비정규직 없애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