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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 '삼성' 떼고 독자 브랜드로 가닥, 득실 가늠하기 쉽지 않아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0-04-20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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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가 ‘삼성’ 브랜드를 떼고 독자 브랜드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르노삼성차로 20년 넘게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계승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득실을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르노삼성차 '삼성' 떼고 독자 브랜드로 가닥, 득실 가늠하기 쉽지 않아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20일 르노삼성차 등에 따르면 8월4일 계약이 만료되는 르노삼성차와 삼성카드의 상표 사용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2년여 뒤에는 르노삼성차가 ‘르노’라는 이름만으로 한국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그룹은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르노삼성차 지분을 보유한 삼성카드와 10년의 상표권 사용계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 만료를 1년 앞둔 2009년 6월에 계약을 10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과거에는 브랜드 연속성 등을 고려해 계약 만료시점이 넉넉히 남았는데도 계약 연장에 적극적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는 만료시기가 10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약 연장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

르노그룹과 삼성그룹 모두 계약 연장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현재 계약 연장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사실 이외에 알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계약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2년 더 상표를 쓸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둬 향후 사업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지분 19.9%를 보유한 삼성카드에게 세전영업이익이 발생한 연도마다 제품 매출의 0.8%를 지급하고 있다. 2019년 기준 370억 원가량을 삼성카드에 준 것인데 영업이익의 15%가 넘는다는 점에서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삼성그룹으로서는 돈을 떠나서 르노삼성차와 계속 동행하면서 따라다니는 ‘완성차시장 재진출 가능성’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내부적으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말이 이미 지난해 돌기도 했다.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르노삼성차가 ‘르노’라는 이름을 활용한 독자 브랜드로 홀로서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르노그룹은 외환위기 시절 경영난에 빠진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뒤 현재까지 르노삼성차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벌였는데 20여 년 만에 브랜드를 완전히 독립하게 되는 것이다.

르노삼성차의 브랜드 독자화는 본격적으로 수입차 브랜드로 한국시장에서 승부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르노삼성차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차량인 QM6나 르노 본사와 협업해 개발한 XM3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마스터나 캡처 등은 르노그룹의 해외공장에서 직접 수입해 판매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어 수입한 차라는 프리미엄을 가격에 대거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제거하고 ‘르노’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면 이런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기존 판매량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수익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카드측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전부 영업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은 실적 측면에서 분명한 호재다.

브랜드 전환에 사용하는 자금 측면에서도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이미 2015년부터 시작해 2017년까지 브랜드를 상징하는 색상을 기존 파란색에서 본사 상징색인 노랑색으로 바꿨다. 2019년에는 회사 이메일 주소에서 삼성을 떼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브랜드를 바꾸면서 투입해야 하는 비용들을 이미 반영한 만큼 브랜드 홀로서기만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미래만이 펼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르노삼성차 '삼성' 떼고 독자 브랜드로 가닥, 득실 가늠하기 쉽지 않아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당장 르노삼성차라는 브랜드를 선호했던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리스크다.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높은 점수를 주며 르노삼성차를 선택하는 중장년층 이상의 고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데 '르노'라는 이름만 사용하면 수입차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부 고객의 수요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수입차 브랜드 이미지가 판매 실적의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르노삼성차와 같은 사업구조를 지닌 한국GM은 2019년 9월에 쉐보레 브랜드를 통해 한국수입차협회에 가입하며 수입 브랜드로 이미지 다지기에 나섰다.

한국GM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스파크와 트랙스, 말리브 등의 통계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집계하지만 수입해 판매하는 카마로와 임팔라, 볼트EV,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은 수입차 통계로 이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GM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마로와 임팔라, 이쿼녹스 등의 판매량은 여전히 매우 부진하다. 2019년 하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의 가격을 책정함에 있어서도 큰 이득을 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르노그룹과 삼성그룹이 현재까지 상표 사용 연장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르노측이 득실 계산을 이미 끝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르노삼성차가 독자 브랜드로 출범하면 국내 자본으로 최초 설립된 완성차기업이 국내 기업이름을 회사이름에서 뺀 두 번째 사례가 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은 과거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회사 이름을 GM대우로 바꿔 운영하다가 2011년에 대우를 빼고 한국GM으로 이름을 바꿨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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