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5천억 원 가까운 투자를 단행해 애플이 안겨줄 카메라 특수를 대비한다.
삼성전자와 샤오미 등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어 애플도 카메라 성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까닭이다.
17일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LG이노텍의 대규모 투자는 애플의 다음 아이폰 출시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LG이노텍은 13일 광학솔루션 사업에 4798억 원의 신규시설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2019년 광학솔루션 설비투자에 2821억 원을 투자했는데 2천억 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LG이노텍은 고객사와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구체적 투자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애플의 신규 아이폰 출시와 관련된 투자라는 의견이 많다.
애플은 LG이노텍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고객이다. 애플은 2020년에 모두 다섯 종류의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3종을 출시한 것보다 많다. 자연스레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공급량도 늘어나면서 투자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전략고객사의 2020년 하반기 신모델 출시에 대응하고 있다”며 “비행시간 거리측정 모듈(ToF)과 트리플카메라 생산능력 증대, 기능 상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LG이노텍의 이번 투자는 투자규모 등을 놓고 볼 때 단순히 모듈 공급량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카메라 성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왕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LG이노텍의 과거 투자성향은 과잉투자보다는 수요예측에 맞춰져 있었다”며 “단순한 카메라 생산라인 투자 외에 성능 향상 관련 투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바라봤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투자액의 60%를 트리플카메라모듈 업그레이드에 사용하고 40%는 비행시간 거리모듈 생산라인에 집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리플카메라는 손떨림보정(OIS) 기능이 강화되고 비행시간 거리측정 모듈은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플의 카메라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경쟁사가 카메라 줌 기능에 힘을 쏟는 반면 애플은 주로 사물인식 기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애플이 증강현실(AR) 콘텐츠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물인식을 위해 동영상 촬영 등에 손떨림방지를 지원하고 거리측정을 위해 비행시간 거리측정 모듈을 사용하는 이유다.
애플은 아이폰11 카메라 중 광각과 망원렌즈에만 손떨림방지 기능을 적용했다. 그러나 아이폰12에서는 손떨림방지 기능이 카메라 센서에 적용돼 광각, 초광각, 망원카메라는 물론 동영상 촬영에도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이폰11에는 비행시간 거리측정 모듈이 탑재되지 않았는데 아이폰12는 4개 모델 중 2개 모델에 비행시간 거리측정 모듈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설비투자는 2020~2021년 증가할 것”이라며 “카메라 사양이 업그레이드 되고 비행시간거리측정 적용 모델이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LG이노텍은 기술 중심의 설비투자로 2020년 실적 성장의 발판을 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메라모듈 투자는 2020년 실적 호조를 뒷받침하는 의사결정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경쟁사보다 안정적 수율과 생산성으로 애플 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왕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메라모듈 성능 향상은 개당 단가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외형 성장과 이익 양쪽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LG이노텍이 아이폰12에 공급하는 카메라를 앞세워 애플은 강력한 경쟁사들과 맞붙어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 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초고사양 카메라를 갖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갤럭시S20 시리즈에서 1억 화소 카메라와 하이브리드 10배줌, 100배줌 기능을 선보였다. 샤오미도 출시를 앞둔 미10 시리즈에 1억 화소 카메라를 적용했다. 최대 50배 줌이 가능한 성능을 갖췄다.
갤럭시S20과 미10이 공개된 후 이 기기로 찍은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는 등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애플 아이폰12의 카메라 성능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