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주주 몫으로 돌아가는 현금배당 규모를 확대하고 주가부양을 위한 자사주 소각시기도 구체화하며 주주환원정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주가부양을 통해 두 번째 임기에 경영의지를 보이고 주주들의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10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신한금융지주의 올해 주가 흐름은 상반기에 진행될 자사주 매입과 소각규모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는 6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상반기 안에 자사주 소각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기존에는 자사주 소각을 올해 추진한다고 밝힌 것 외에 구체적 시점을 정하지 않았지만 시기가 5~6월 사이로 좁혀지면서 주가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 데 의미가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1월28일 주식교환 방식으로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했는데 자본시장법에 따라 4월28일 이전에는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할 수 없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는 신주 발행규모에 맞춰 최고 3200억 원 규모까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수 있다"며 "규모를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지주가 발행한 신주보다 규모를 줄여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면 이론적으로 개별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가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가능한 많은 주식을 매입한 뒤 소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9년 기준으로 주주들에 돌아가는 현금배당 금액을 2018년 기준 1주당 1600원에서 1850원으로 늘렸다. 배당 총액은 8839억 원으로 약 1300억 원 증가했다.
경기 불확실성과 저금리 등 영향으로 올해 실적 전망이 불안정한 상황에도 배당을 오히려 확대하며 주주환원에 힘을 싣고 있는 셈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현금배당 확대와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에 따른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재무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조용병 회장의 연임 확정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더 강한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3월 말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 연임이 확정되는데 규정상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수의 절반, 전체 주식수의 4분의1 이상에 해당하는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약 20% 안팎으로 추정되는 재일교포 주주를 포함한 신한금융지주 주주들은 조 회장에 대체로 높은 신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연임과 관련한 주주 반발을 최대한 줄이고 가능한 많은 주주들에 지지를 얻기 위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위해 주주환원 강화에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지주 라이벌인 KB금융지주가 지난해 말 실시한 대규모 자사주 매각 등 주주환원 효과로 주가를 선방하며 신한금융지주와 시가총액 격차를 따라잡은 점도 이유로 꼽힌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에 약 1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뒤 주가가 한동안 상승세를 보여 한때 신한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적도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는 주가가 지난해 말부터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 10일 장중 52주 신저가를 보이는 등 기업가치 방어에 고전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업환경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조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 1심 유죄판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사태 등의 여파로 주주 신뢰 회복도 시급하다.
조 회장이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한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추가 발표를 앞당기고 실적 개선과 주가 부양을 위한 새 경영목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병건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는 이르면 1분기 실적발표 시기 전후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를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