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지키기 위해 소송까지 벌이며 금융감독원에 맞설까?
손 회장에게 내려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중징계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승인을 거쳐 금융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은행 제제와 함께 통보될 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시점에 따라 우리금융지주의 대처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31일 그룹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그룹임원후보 추천위는 다음 우리은행장 단독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예정돼 있었지만 30일 금감원 제재심의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의 거취를 두고도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금융위의 은행 제재 의결이 지연돼 3월 주주총회 이후 징계가 통보되거나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을 내고 재판까지 가야만 지주사 회장을 연임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손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문책경고가 최종 확정되면 금융회사 임원은 현직을 마칠 수는 있지만 이후 3년 동안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우리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 추천위로부터 다음 지주사 회장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하지만 다음 지주사 회장 임기는 3월 주주총회 이후 시작하기 때문에 이보다 먼저 징계가 효력을 발생하면 지주사 회장을 연임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의 은행 제재 의결이 미뤄져 징계 통보가 3월을 넘길 가능성은 아직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결정하면서 우리은행에게도 업무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렸다.
금융회사 임원의 문책경고 처분은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되지만 은행 제재는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은행 과태료 처분은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사항이므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각각 거쳐야 확정된다.
금융위는 통상적으로 금융기관과 금융회사 임원의 징계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사안에서 모든 징계 사항이 확정되면 이를 한 번에 통보한다. 징계는 이 통보가 이뤄짐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
손 회장의 중징계가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장 전결, 증선위 의결,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 등 3단계 징계 확정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는 3월24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 회의는 앞으로 2월12일, 2월26일, 3월11일로 예정돼 있고 금융위 정례회의는 2월5일, 2월19일, 3월4일, 3월18일로 예정돼 있다.
금융위가 필요에 따라 임시회의를 열 가능성도 있어 변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3월18일 정례회의에서도 은행 제재가 확정되지 않는다면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생겨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안이 크고 복잡해 여러 부분을 신중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강한 제재 의지를 보인 만큼 금융위도 은행 제재를 정하는 의결절차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 의결 지연으로 손 회장 징계가 사실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면 금감원과 금융위의 불화설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금융위가 부담을 느낄 만한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지주는 손 회장을 지키기로 결정했더라도 당장 외부에 어떤 발표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융위 의결이 지연돼 손 회장의 연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굳이 최후수단인 소송 카드를 꺼내 들어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위 의결이 이른 시점에 나온다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손 회장의 거취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향후 인사계획 등과 관련해 “그룹임원후보 추천위로부터 전해들은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2009년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직무정지 징계를 받고 소송을 제기해 징계 취소 판결을 받아낸 적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