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셀토스의 '맞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기아차는 셀토스의 소형SUV답지 않은 몸집을 앞세워 소형SUV는 물론 준준형SUV 수요층까지 공략해왔는데 비슷한 몸집의 소형SUV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가 셀토스의 흥행질주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이 트레일블레이저를 놓고 ‘차급 불명’을 표방하며 사실상 셀토스와 같은 수요층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고도 이 차가 소형SUV인지 준중형SUV인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전장, 전폭, 전고 등에서 모두 셀토스를 앞지른다. 특히 실내공간의 크기를 가늠하는 잣대인 휠베이스도 셀토스와 비교해 10mm나 길다.
게다가 르노삼성자동차도 곧 ‘더 커진’ 새 QM3(르노 캡처)를 출시한다.
셀토스는 국내 완성차기업이 내놓은 소형SUV 가운데 가장 큰 몸집을 갖췄다는 점, 소형SUV답지 않은 넉넉한 실내공간 등을 앞세워 소형과 준중형SUV 수요를 모두 확보하는 '특별한' 지위를 누려왔는데 사실상 이를 트레일블레이저, 새 QM3와 나눌 수밖에 없게 됐다.
몸집 크기만으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호시절이 사실상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새 QM3 역시 준중형SUV와 맞먹는 몸집을 갖출 것으로 파악된다. 새 QM3의 전장은 4333mm로 셀토스보다 40mm 짧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40mm 길다. 전폭과 전고도 각각 1813mm와 1613mm로 셀토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GM은 16일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고 사전계약에 들어갔으며 르노삼성차는 올해 2월 신형 XM3를 내놓은 뒤 곧바로 새 QM3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기아차는 새 경쟁차량의 등장으로 셀토스의 판매실적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대응책 마련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셀토스를 두고 몸집 대신 우수한 성능을 강조하는 쪽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다. 기아차는 셀토스에 주행 안전사양 및 편의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한 점이 소비자의 높은 호응을 끌어낸 만큼 이 점을 강조할 공산이 크다.
다른 두 회사보다 기아차가 더 촘촘한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점 등을 내세울 수도 있다. 기아차는 전국에 직영 서비스센터와 협력 서비스업체를 모두 817곳 두고 있다. 한국GM은 410여 곳, 르노삼성차는 460여 곳을 운영한다.
셀토스는 2019년 7월 출시되자마자 커다란 몸집을 앞세워 ‘소형 SUV는 실내공간과 적재공간이 좁다’는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며 소형 SUV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자동차의 코나와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로 굳어졌던 소형SUV 양강체제를 무너뜨린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기아차의 버팀목으로 성장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셀토스는 2019년 기아차 월별 판매순위에서 출시달인 7월을 빼고 8~12월 동안 꼬박 3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