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하는 4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을까?
이번 유상증자 흥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시장의 부정적 시선을 극복하는 데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13일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2만2300원)를 새로 쓰는 등 전날보다 4.64% 하락하며 2만2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직전 거래일인 10일 407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재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전체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2조5천억 원 가운데 재무적투자자(FI) 미래에셋대우가 부담하는 5천억 원을 뺀 2조 원을 조달해야 한다.
회사채 공모(3천억 원)를 포함한 기타 자금조달 방식으로 총 1조1천억 원을 차입하고 보유현금 5천억 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더해 유상증자로 자본을 4천억 원가량 확충하면 부채비율을 130%(기존 110%)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신주인수권을 1주당 약 0.5주씩 기존주주에게 배정하고 청약이 안된 주식은 실권 후 일반공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기존주주의 호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요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가 나머지 소액주주들의 참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은 2019년 3분기 말 기준 지주사 HDC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38.46%, 국민연금이 11.67%, 템플턴 자산운용이 3.99%, 소액주주가 44.08%를 각각 들고 있다.
HDC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이번 유상증자에서 1500억~1600억 원가량을 부담한다. 나머지 2500억 원가량은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몫이다.
그러나 현재 주가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 유상증자를 향한 시장 반응은 차갑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에게 자금조달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증권업계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를 놓고 ‘주주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목표주가도 기존 3만~4만 원대에서 2만3천~2만4천 원 선으로 대폭 낮췄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 결정은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항공업으로 진출이 주주들에게까지 긍정적이려면 아시아나항공의 가치 향상이 필수적이지만 그에 관한 확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바라봤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적자 1358억 원을 내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가 마무리되는 4월 말 이후 HDC현대산업개발 연결실적이 어디까지 악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발행가가 조정돼 주주배정을 통한 자금조달규모가 4075억 원보다 작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신주 발행 예정가는 1만8550원으로 9일을 기산점으로 1개월 이전 주가를 고려해 산정됐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조달이 가능하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통주 2196만9110주를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기로 했다.
신주 배정기준일은 2월3일이고 발행가 확정일은 3월2일이다. 청약 예정일은 3월5~6일, 3월13일 대금납부를 거쳐 3월26일 신주상장된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