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비리가 적발된 직원을 곧바로 조처했다. 최근 불거진 금융사고 등을 의식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고객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은행을 만들겠다던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IBK기업은행이 최근 1억5천만 원 규모의 직원 비리사실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내부감사를 벌이던 중 직원의 횡령 등 비리를 적발해 관련자 전원에 대해 자체 조치를 취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
|
|
▲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
기업은행은 내부감사를 통해 직원 3명이 시재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사실을 적발해 징계했다. 시재금이란 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지급하기 위해 각 지점 창고에 보관한 돈을 말한다. 3명의 직원 중 2명은 각각 10만 원과 320만 원을 챙긴 것이 밝혀졌다. 나머지 한 명은 2천만 원을 다른 데로 돌려쓴 사실이 드러났다.
기업은행은 또 다른 직원이 1억2600만 원의 무자원 선입금 거래를 한 사실도 금감원에 보고했다. 무자원 선입금 거래란 은행에 실제로 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입금됐다고 꾸미고 나중에 입금하는 거래를 말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직원의 시재금 횡령이나 유용은 다른 은행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비리”라며 “비리 규모에 상관없이 연루된 직원들을 모두 면직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일부 직원에 대해선 고발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의 발 빠른 조치는 최근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과 임직원 비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연루자를 일벌백계해 또 다른 논란을 막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기업은행을 맡고 있는 권선주 은행장은 이미 잇따른 금융사고와 비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은행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건 이후 자체조사를 벌인 결과 100억 원대의 부실대출이 발견됐다고 금감원에 보고한 상태다. 특히 이 금액 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돼 국내로 유입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감원 특별검사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또 KT ENS 대출사기 사건의 불똥을 맞았다. KT ENS가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그동안 판매했던 특정금전신탁상품에서 지급유예가 발생하게 됐다. 금감원은 판매과정에서 투자자 서명이 누락되는 등 불완전판매 정황이 있었음을 포착하고 특별검사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가장 많은 658억 원의 특정금전신탁상품을 판매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밝혀진 IBK캐피탈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도 권 행장에게 걱정거리다. 창원지검은 한국씨티은행과 한국SC은행 고객정보 유출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IBK캐피탈 고객 1만7천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권 은행장은 취임 후 소매금융을 강화하겠다며 ‘1400만 고객의 평생고객화’를 올해 기업은행의 주요 추진전략으로 삼았다. 특히 지난 1월 금융소비자보호를 확립하겠다며 ‘클린 IBK’를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직원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