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11-18 14: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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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지온이 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3상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면서 신약 승인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지온의 유데나필 임상3상 결과는 에이치엘비의 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 결과와 비슷해 바이오업종 투자자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두 회사의 행보를 바라보고 있다.
▲ 박동현 메지온 대표이사.
1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데나필의 임상3상 결과를 두고 일부는 성공했다고 축포를 터뜨리고 일부는 실패했다고 평가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유데나필은 선천적으로 심실이 1개만 존재하는 단심실 환자의 심장 및 운동기능을 개선하는 치료제다.
유데나필 임상3상의 목표는 단심실로 야기된 구조적 혈액순환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 수술(폰탄수술)을 거친 환자들의 운동능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데나필은 임상3상 초기결과(톱라인)에서 1차 지표인 최대 산소 소비량(VO2 max)이 임상목표에 부합하지 않았다.
최대 산소 소비량이 유데나필을 복용한 환자에서는 3.2% 향상됐고 위약군은 0%를 보여 운동능력 개선은 확인됐지만 통계학적 유의성을 입증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러나 메지온은 2차 평가지표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허가 신청(NDA)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런 임상데이터는 에이치엘비의 항암신약 ‘리보세라닙’ 임상3상 결과와 흡사하다.
리보세라닙은 임상3상에서 1차 지표였던 전체 생존기간(OS)이 임상목표에 부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치엘비는 무진행 생존기간(PFS), 객관적 반응률(ORR), 질병통제율(DCR) 등을 전체적으로 분석했을 때 충분히 임상적 의미가 있다며 현재 상용화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네나필과 리보세라닙이 판매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지온과 에이치엘비는 미국 식품의약국과 신약 허가를 위한 사전미팅(Pre-NDA미팅)을 진행했는데 여기에서 신약 허가의 신청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들었기 때문에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 산소 포화도를 측정하는 최대 산소 소비량보다는 유산소에서 무산소 운동으로 바뀌는 시점(VAT)에 측정한 산소 소비량이 단심실증 환자의 운동능력 향상과 더 관련이 있는 데이터”라며 “미국 식품의약국도 2차 평가지표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도 “유데나필은 폰탄수술 환자의 예후 관리에 관한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며 “유데나필의 임상3상 성공을 가정한 신약가치는 1조7150억 원~6조2962억 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1차 지표가 충족되지 못한 만큼 신약 허가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봐야한다는 시선도 있다.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미국 식품의약국은 신약이 임상적 유의미성을 확보했을 때 통계적 유의미성이 부족하더라도 허가를 내주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1차 지표가 여전히 신약허가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미국 식품의약국에 신약 판매허가를 신청했지만 이를 통과하지 못한 치료제는 전체의 14.7%에 이른다.
임상에서 실패할 가능성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성공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수치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유데나필과 리보세라닙이 임상3상에서 주평가변수를 만족하지 못한 근거와 부평가변수의 임상적 유용성, 통계적 유의성 등의 검토를 통해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1차 목표로 설정했던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이를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며 “진정한 성공인지는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의 검증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