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건설업을 주력으로 종합 부동산개발사업자(디벨로퍼)를 지향해왔는데 자산규모가 2배 이상 큰 아시아나항공을 품게 되면서 기존 HDC현대산업개발 중심의 그룹 사업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인수 추진으로 부동산회사로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 추정과 기업가치 측정은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됐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은 더 이상 해마다 영업이익 5천억 원을 낼 수 있는 부동산기업이 아니라 항공산업을 함께 거느리는 복합기업으로 거듭났다”고 바라봤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개발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문제로 꼽힌다.
건설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으로 투입되면 기존 개발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의 노후화된 기체, 낮아진 경쟁력, 최근 잦아진 기체결함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신규 항공기 구입 등에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며 “개발사업을 위해 세웠던 기존 투자계획이 조정되는 정도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의 기업가치 변화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업이 건설업의 경기 민감도를 낮출 수 있을 만큼 안정적 업종이 아니고 HDC그룹 내에서 얼마만큼 시너지(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HDC그룹이 항공업과 관계가 있는 면세점, 호텔사업 등을 하고 있지만 이는 그룹 전체 매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9월 이후 증권업계는 ‘승자의 저주’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며 꾸준히 불안한 시선을 보내왔다.
정 회장은 이런 시장의 우려에도 경쟁사보다 8천억 원이 많은 2조5천억 원이라는 ‘통큰 베팅’을 단행했다.
그는 평소 “대부분의 시간 아주 적은 수준의 투자만 하면서 기다리다가 유리한 기회가 오면 모든 것을 건다”는 투자지론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는데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경영전략이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12일 선정된 뒤 마련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HDC현대산업개발도 앞으로 3년 동안 상당히 좋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는데 그럴 때가 인수합병에 가장 좋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나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적합성과 신사업 의지를 공개적으로 설명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도 시장의 부정적 우려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되면 항공업이라는 신규사업에 진출하게 되면서 건설업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며 “면세, 호텔, 레저 등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디벨로퍼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근간인만큼 계획했던 개발사업 확장은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