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처럼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을까?
25일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관심의 초점은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날 처음 열린 1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유무죄 판단보다 양형에 관해 변론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 원만 뇌물공여액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말 3필 34억 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 원까지 뇌물로 인정해 뇌물액이 86억 원까지 늘어났다.
뇌물액이 증가한 만큼 항소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형량이 늘어나면서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예상도 고개를 든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결과가 확정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례를 이 부회장 판결의 가늠자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로 K스포츠에 건넨 70억 원의 뇌물액이 1심부터 대법원까지 줄곧 유지됐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 86억 원보다 다소 적지만 양형 판단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신 회장의 대법원 확정판결 자료 등을 요청했다. 신 회장 사건과 형평성을 주장하며 집행유예를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 회장과 달리 이 부회장에게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뇌물로 쓴 86억 원이 삼성전자에서 나온 자금이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지만, 50억 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형법상 3년 이하의 징역에만 집행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판부가 양형을 참작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은 원칙적으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해진다.
대법원 판결에서 뇌물인정액수가 36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이 부회장의 실형 가능성이 커졌다는 견해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재판부 재량으로 형량을 절반까지 감경할 수 있기 때문에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신 회장처럼 소극적 뇌물이었다는 점과 회사의 피해액을 모두 변제한 점 등을 내세워 형량을 줄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이 추가된다면 가중처벌 사유가 될 수 있어 집행유예를 받기 어려워진다. 대법원은 지배권 강화나 기업 내 지위보전 목적이 있을 때 가중처벌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 왔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첫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 재벌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저지른 범죄”라고 가중처벌 사유에 해당한다는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도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며 추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