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해 2020년도 예산안을 이전보다 훨씬 확장적 기조로 편성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2020년도 예산안은 2019년과 비교할 때 월등하게 확장적 기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적자 확대를 감수하고 재정지출을 더욱 늘리는 기조로 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이다.
2019년 예산안의 재정지출 증가율은 9.5%, 총수입 증가율은 6.5%였다. 반면 2020년도 예산안은 재정지출 증가율 9.3%, 총수입 증가율은 1.2%로 내년 재정 적자폭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홍 부총리는 “재정이 역할을 적극 다해 성장경로로 복귀하는 쪽이 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적극적 재정지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진 점을 지적받자 홍 부총리는 한국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홍 부총리와 기자들이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산을 가장 확장적으로 편성했다. 현재 경제 상황을 위기 수준으로 봤기 때문인가?
“우리 경제의 어려운 여건을 엄중하게 인식하면서 경제 하방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2020년 재정지출 증가율을 9.3%로 설정했다. 2019년 증가율 9.5%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재정지출 증가율이 9%대를 나타냈다. 커다란 기조 변화보다는 2019년과 2020년의 경제 어려움을 재정으로 적극 보강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
- 2020년 적자국채 규모가 크게 늘어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에 가까워지고 관리재정수지도 –3.6%로 급격하게 악화되는데 원인과 대응은 무엇인가?
“2020년도 세입여건이 상당히 어렵다. 국세수입이 늘더라도 2020년에 5조1천억 원을 지방에 통으로 이전하게 된다. 2019년 반도체 업황 악화 등으로 법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올해 법인 실적이 2020년 법인세에 반영된다. 세수가 어려운 와중에 재정지출이 늘어 채무 수준이 39.8%로 높아진다. 다만 선진국의 국가채무비율과 비교하면 결코 걱정할 수준은 아니고 양호한 수준이다.”
-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양호하고 대외 여건은 전례 없이 힘든 상황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나?
“한국은 나중에 통일을 대비해 재정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소가 있다. 또 신용평가사나 외국인투자자는 국가채무비율의 절대 규모보다 증가 속도에 민감하다. 국가채무비율이 50%나 60%로 급격하게 늘어나면 외신이나 신용평가사, 외국인투자자가 주목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부는 5개년 계획을 짜면서 2023년까지 국가채무비율 40%대 중반으로 가는 일이 불가피하면서도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 2020년도 예산안은 적극적 재정정책보다는 재정 건전성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닌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판단하는 뚜렷한 기준은 없지만 경상성장률과 총지출증가율의 비교, 총수입과 총지출 비교, 재정충격지수 등이 (기준으로) 있다. 세 가지를 모두 적용해도 2020년도 예산은 2019년과 비교해 월등하게 확장적 기조로 판단된다.”
- 관리재정수지(정부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재정상황) 비율이 2021년부터 –3.9%가 된다. 세입과 세출의 균형이 적자로 기울어진 것 아닌가?
“관리재정수지의 마이너스 폭이 커지더라도 적극적 재정 역할을 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2023년까지 관리재정수지 비율 –3.9%가 유지되는 일은 어쩔 수 없다고 보고 이후 다시 개선되도록 재정을 운영해야 한다.”
- 향후 조세부담률이 오히려 떨어지는데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는 의미인가?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2019~2023년 동안 큰 변동 없이 각각 유지된다. 총수입 예측에 비과세 감면 정비와 탈루소득 과세 강화를 반영했지만 증세는 고려하지 않았다. 증세를 억지로 반영했다면 국가채무비율이나 적자가 줄어 모양 좋게 수치를 보여줄 수 있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총수입 증가율을 가능한 한 정확히 예측해 반영하려 노력했다.”
- 2020년도 예산안에 혁신성장 가속화가 가장 먼저 담겼는데 중요도가 반영됐나?
“(예산안 설명자료 순서에서) 1번이 정책의 우선순위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9년 경제가 어렵고 2020년 경기 하방 위험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재정 역할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혁신성장과 경제활력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 순서라고 봤다.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