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속초·고성 산불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왼쪽)이 7월11일 전라남도 나주시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한국전력 임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강원도 속초·고성 산불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강원도 산불피해 배상을 둘러싼 갈등에서 한 고비를 넘었다.
한국전력은 주민들과 손해 사정절차를 놓고 합의를 했는데 한국전력의 과실책임을 얼마나 인정할지는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21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강원도 산불피해 주민들이 산불피해 배상과 관련해 기존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배상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척을 볼 수 있게 됐다.
산불피해 주민들은 배상절차를 더 지체하지 않기 위해 손해사정사 선정 문제 등에서 한국전력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앞으로 한국전력이 과실비율을 얼마나 인정할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산불피해 소상공인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제 중요한 것은 경찰 조사결과”라며 “경찰조사에서 한국전력의 과실책임이 얼마나 인정되느냐에 따라 한국전력이 전체 산불 피해액 가운데 얼마를 배상해 줄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강원도 산불피해 주민들은 한국전력 과실을 지나치게 적게 인정해 피해 배상을 충분히 받지 못하게 되면 다시 투쟁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통상 한국전력은 화재 등 피해 배상 때 과실을 30~40% 정도만 인정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산불피해는 오로지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전신주가 원인이었던 만큼 완전한 피해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원도 산불 조사결과를 5월까지 발표하기로 했지만 아직 내놓지 않고 있어 피해주민들은 경찰 조사결과가 명확히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4월4일 강원도 속초시와 고성군 등에서 발생한 산불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조사하기 위해 4개월 넘게 계속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21일에도 한국전력 나주시 본사와 강원본부, 속초지사 등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한국전력과 강원도 속초·고성 산불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산불피해 배상방식과 절차에 관련해 합의에 도달했다.
손해사정사를 누가 선임하느냐를 놓고 한국전력과 주민들이 서로 하겠다며 대립했지만 이번 합의로 한국전력이 손해사정사를 선임하고 대신 주민들이 제출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손해사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속초·고성 산불 피해 주민들은 한국전력의 일방적 태도와 정부의 주민 보상 부재, 경찰 및 검찰의 수사 지연 등을 규탄하며 한국전력 나주 본사와 청와대, 강원경찰청 및 관할 검찰청, 강원도청 등에서 집회와 시위를 이어갔다.
강원도 속초·고성 산불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7월11일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재민과 자영업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대책을 세우고 한국전력은 성실한 자세로 배상 협상에 참여하길 바란다”며 “한국전력이 진정성을 지니고 배상협의를 했다면 이재민들은 컨테이너가 아닌 집으로 돌아가고 소상공인도 생업현장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산불이 한국전력 전신주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되자 피해주민들에게 민사적 배상에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4월24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산불피해 주민들을 만나 “한국전력 설비에서 산불이 발화된 데 죄송하다”며 “수사한 결과 형사책임이 없다고 할지라도 민사적으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사과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