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영풍 대표이사 사장이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 가능성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아연 제련사업은 최근 높은 표준 제련수수료에 힘입어 호황을 맞고 있는데 경상북도의 조업정지 조치가 확정돼 영풍이 수혜를 놓친다면 올해 목표로 한 적자 탈출도 어려워진다.
▲ 이강인 영풍 대표이사 사장.
8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날 예정됐던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 120일 처분과 관련한 청문회가 9월로 연기됐다.
경상북도청 환경안전과 관계자는 “영풍이 법률대리인을 추가로 선임해 법리를 검토할 시간을 더 요구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영풍의 청문회가 14일 발표되는 조업정지 20일 처분의 행정심판 1심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풍은 2018년 2월 폐수를 낙동강에 무단 방류한 혐의로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받았는데 청문회에서 논의될 조업정지 120일 처분은 이 혐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영풍 관계자는 “14일 행정심판 1심의 결과가 나오면 청문회의 국면도 달라질 수 있어 법리를 더욱 정밀하게 들여다 볼 시간이 필요했다”며 “청문회를 잘 준비해 최대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행정심판 1심 결과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영풍이 대기오염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7월30일 영풍 석포제련소가 3년 동안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측정자료를 1868차례 조작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석포제련소 임원 1명과 대기질 측정 대행업체 임직원 6명을 기소의견으로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 송치했으며 이 가운데 석포제련소 임원과 대행업체 대표 2명은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돼 구속된 채로 송치됐다.
행정심판과 청문회를 앞두고 추가 환경오염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은 이 사장에게 득 될 것이 없다.
이 사장은 영풍이 마주한 조업정지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 왔다.
이 사장은 석포제련소에 2020년 말까지 무방류체계를 도입해 공장 바깥으로 단 한 방울의 폐수도 내보내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5월 수처리 전문회사 수에즈와 설비 도입 계약을 맺었다.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제련소를 폐쇄해 대기 중에 방출되는 카드뮴까지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대기환경보전법 37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기관에 내린 처분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이 지자체가 인정할 만한 환경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 사장은 이를 염두에 두고 환경 개선안을 잇따라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건으로 이 사장의 환경 개선 노력은 빛을 잃게 됐다.
만약 청문회를 거쳐 조업정지 120일 처분이 확정된다면 영풍은 올해 흑자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영풍은 2019년 1분기 영업손실 70억 원을 냈다. 그러나 높은 아연 제련수수료가 2분기부터 소급 반영되면서 올해 흑자 308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공장이 정상가동된다는 것을 전제한 예측이다.
2019년 아연의 표준(벤치마크) 제련수수료는 톤당 245달러로 지난해보다 66.7%(98달러)나 높다.
하지만 120일 동안 조업을 정지하게 되면 높은 제련수수료의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된다. 오히려 가동을 멈춘 전기로를 복구하는데 드는 비용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영풍은 2018년 4분기 내리 적자를 내 한 해 동안 적자 1089억 원을 봤다. 이 사장의 가장 큰 과제는 적자를 탈출해 영풍의 실적을 정상화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20년 아연의 표준 제련수수료는 다시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수혜를 누릴 시간도 많이 남아있지 않다.
아연은 글로벌 수요가 부진해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4월 한때 런던 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은 톤당 3031달러에 거래돼 올해 최고 가격을 찍은 뒤 8월7일 2261달러까지 떨어졌다.
금속 가격의 약세는 표준 제련수수료에 선행하는 현물(스팟) 제련수수료를 낮추는 요인이다. 아연의 현물 제련수수료는 6월 한때 톤당 290달러를 넘어섰지만 7월 275달러까지 낮아졌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연 수요가 부진한데도 중국의 아연 제련소들은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며 “아연의 현물 제련수수료 하락세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내년 표준 제련수수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