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이 에어버스의 A321-neo LR 항공기 도입으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중거리 노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16일 항공업계와 외국언론 등에 따르면 보잉의 B737-MAX 기종 운항중단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에어부산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이사 사장.
미국의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최근 B737-MAX 운항 중단기한을 11월까지로 연장했다.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6월 말 B737-MAX의 운항을 각각 9월2일과 9월3일까지 중지하겠다고 밝혔는데 또다시 이를 연장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B737-MAX 기종은 2020년까지 승객을 태울 준비를 마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프트웨어 결함을 수정하고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받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B737-MAX의 운항중단이 장기화됨에 따라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중거리 노선 확대전략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들이 주력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B737-800 항공기와 A321-200 항공기는 항속거리가 짧아 중거리 노선 운항에 적합하지 않다. 이 항공기들로 4500km 이상의 중거리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좌석 수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항공기 무게를 가볍게 해서 연료 소모를 줄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들은 기존 항공기보다 최대 비행거리가 늘어난 B737-MAX를 도입해 중거리 노선을 안정적으로 운항하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에어부산은 경쟁사들과 달리 보잉의 B737-MAX가 아닌 에어버스의 최신형 항공기인 A321-neo LR을 중거리 노선에 투입한다. 에어부산은 10월과 12월에 A321-neo LR 항공기를 각각 1대씩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에도 이 항공기 2대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을 세웠다.
A321-neo LR은 항속거리가 에어부산의 주력 항공기인 A321-200보다 약 1600km정도, 또 다른 항공기인 A321-neo보다 약 800km 길다.
현재 에어부산의 주력 항공기인 A321 시리즈와 정비, 부품, 조종사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도입비용도 아낄 수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A321-neo LR의 개발시점이 국내 항공사가 도입하려는 B737-MAX8 항공기보다 늦기 때문에 항공기 성능도 조금 더 우수하다”며 “A321-neo LR의 성능은 MAX시리즈 가운데 가장 성능이 우수한 B737-MAX10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도입하는 A321-neo LR을 이용해 다른 항공사보다 한 발 앞서 중거리 노선을 개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에어부산은 특히 8월 열리는 한국·인도네시아 항공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이 회담에서 부산~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발리 등 직항 항공편 개설이 합의된다면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거점공항으로 삼고 있는 에어부산이 운수권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하반기에 도입하는 A321-neo LR을 이 노선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과점 형태로 운항하고 있는 인천~자카르타 노선은 평균 탑승률이 80%를 넘는 알짜 노선이다.
에어부산은 인도 델리 등 다른 중거리 노선 개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의 중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는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이 분리매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매물로서 에어부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에어부산 주가는 3일 종가 기준 6660원이었으나 분리매각 기대감이 퍼지면서 15일 종가 기준 7720원까지 약 15.9% 상승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특정 노선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거리 노선 강화 전략은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노선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높기 때문에 8월 열리는 항공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