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해양이 청산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수의계약을 통한 기업 매각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매각에 실패했던 전례를 되짚어 보면 수의계약의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 성동조선해양 야드의 전경. <성동조선해양> |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제1파산부는 7월 안에 성동조선해양의 앞날을 결정한다.
법원은 성동조선해양의 매각 기일을 10월18일로 정하고 3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앞서 6월13일 3차 매각 실패로 더 이상의 공개입찰을 시도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청산만이 남았다고 보지만 직원들과 지역사회에서는 수의계약의 가능성을 들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매각이 성사되기까지 빨라도 2~3개월이 걸리지만 공개입찰의 경우는 입찰공고 등의 준비기간이 필요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수의계약이나 스토킹호스(조건부 인수계약) 방식의 매각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의계약이란 별도의 입찰과정 없이 특정 인수희망자와 협상을 통해 매각을 진행하는 방식의 계약이다.
수의계약 추진을 언급하는 이들은 2차 매각과 3차 매각에서 각각 3곳의 컨소시엄이 입찰의향을 보였다는 데서 가능성을 찾는다.
이들 컨소시엄들이 자금조달 기간의 연장과 증빙 기준의 완화를 요청한 바 있어 이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수의계약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수의계약이 성사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조달 기간의 연장은 법원이 인수의향자의 계획을 검토한 뒤 상황에 따라 허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자금조달 증빙 기준의 완화다.
자금조달 증빙이란 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의 인수를 위해서는 매각 가격의 50%를 보증금으로 마련해 놓아야 본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법원은 3차 매각에서 매각 가격의 10%만을 준비하도록 증빙 기준을 대폭 낮췄다. 그럼에도 본입찰조차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은 성동조선해양을 안정적으로 인수할 곳이 사실상 없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고 법원이 증빙 기준을 더 완화하기도 어렵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2009년부터 10년 동안 성동조선해양의 존속을 위해 4조 원 가량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이런 상황이라 법원은 성동조선해양이 수주영업을 펼치는 동안 영업활동자금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급여 및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 안정적 인수처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라도 자금조달 증빙 여부를 꼼꼼히 따질 수밖에 없다.
법원이나 채권단 모두 혹시라도 부실한 인수자에 성동조선해양을 매각하는 일이 청산보다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인수의향자가 갑자기 나타나거나 기존 인수의향자들이 자금조달 증빙 기준을 맞추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현재로선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성동조선해양은 2017년 11월 이후로 수주잔고가 텅 비어 있는 상태다.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에 밀려 2016년부터는 단 1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2017년 7월 액체화물운반선(탱커) 5척을 수주했지만 2018년 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수주가 취소됐다.
성동조선해양은 2019년 들어서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 120억 원을 소모하며 임직원들의 급여와 시설 유지비를 대고 있다. 지난해 성동조선해양이 급여만으로 174억 원가량을 썼기 때문에 매각 기일 즈음에는 현금도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동조선해양은 2008년 글로벌 해운업황이 부진해 선박 발주가 줄어든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파생상품으로 큰 손해를 봤다. 순손실 1조1396억 원을 내고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