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달 상해 모터쇼에서 창청자동차 신형 SUV공개행사에 취재진이 몰려있다 |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중국에서 토종 자동차회사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현지 자동차회사들이 자체 브랜드 차량의 판매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에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수입차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가격에 자동차를 내놓고 있다.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시장에 선보이는 차량들은 겉모양만 봤을 때 글로벌 자동차회사와 견줘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중국업체들이 무섭게 따라오고 있다”며 “어떻게 반값으로 차를 싸게 만드는지 한국에 가서 연구해야겠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는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지난 5년 동안 연구개발(R&D)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중국 현지 자동차회사들이 앞으로 5~10년 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정부도 중국자동차회사를 글로벌 규모의 기업으로 키워내려고 한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스마트폰에서 샤오미가 그렇게 했듯이 자동차시장에서도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샤오미 같은 충격을 주는 것 아니냐고 염려한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대부분 글로벌 자동차회사들과 합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어 자체 브랜드 경쟁력은 낮은 편이다.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과 다목적 차량(MVP) 인기에 힘입어 저가공세로 판매량을 늘리고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도 가격을 낮추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어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경쟁력을 키우기가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화롱 창안자동차 회장은 “현재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자체 브랜드 판매량이 소형 저가 SUV와 MVP에 집중돼 있다”며 “이 분야는 아직 합작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개척하지 않은 영역”이라고 털어놓았다.
주 회장은 “합작회사들이 이 분야에 발을 들이면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성장세가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
|
▲ 주화롱 창안자동차 회장 |
◆ 중국 자동차회사들, 저가 SUV에 집중해 판매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은 2010년 중국정부가 소형차 보조금 정책을 끝낸 뒤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토종 자동차회사들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33.8%에서 지난해 28%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의 점유율은 저가 SUV와 MVP 판매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33%로 늘어났다.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의 대표주자인 창안자동차의 경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6% 늘어났다
중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의 판매실적이 한 분기 동안 이처럼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의 성장은 저가 SUV 덕분이다.
중국자동차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토종 브랜드의 SUV 누적판매량은 96만68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9% 늘었다. 시장점유율 역시 55.1%에 이른다.
중국 SUV시장은 2012년부터 연간 3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은 이런 흐름에 주목해 저가 SUV 모델을 대거 내놓으면서 시장공략에 나섰다.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들이 내놓는 SUV 모델 평균가격은 8만2900 위안(1459만 원)으로 수입차 SUV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SUV는 승용차에 비해 브랜드보다 가격 대비 성능과 디자인이 중요한 편”이라며 “후발주자인 토종업체들에게 상대적으로 시장진입 기회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저가 SUV 위주의 판매가 이어지다보니 판매량은 늘어도 정작 토종 자동차회사들의 수익성은 악화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세단의 경우 토종 자동차회사들의 1~4월 판매량과 점유율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20여 곳의 중국 토종 자동차회사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에 11곳의 순이익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힘이 없는 현지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수밖에 없다”며 “판매량 늘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정작 판매량은 느는데 수익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
|
▲ 지난달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 중국 현지업체들이 내놓은 SUV차량을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
◆ 4대 토종 자동차회사, 자체 브랜드 키우기에 안간힘
중국정부는 2020년까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한 글로벌 완성차 회사를 많게 2개까지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에서 4대 토종 자동차 브랜드로 꼽히는 상하이자동차, 동펑자동차, 디이자동차, 창안자동차 등은 자체 브랜드 차량 판매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려면 외국기업들과 합작으로 기술력 향상 등의 효과를 낸다고 해도 족히 3~5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외국기업과 합작을 통해 몸집을 불렸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둥펑자동차는 현대자동차, 혼다, 닛산, 푸조-시트로엥그룹(PSA), 르노와 합작사를 세웠다. 지난해 12월 계약한 르노와 합작회사를 빼면 4개 합작사는 둥펑자동차그룹 연간 판매량의 90%를 차지한다.
디이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폴크스바겐, 토요타 등과 합작사를 제외하면 자체 브랜드 자동차의 판매량은 크지 않다. 디이자동차가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만들어낸 홍치는 지난해 2천여 대 팔리는 데 그쳤다.
중국에서 손꼽히는 토종 자동차회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어 토종업체들의 자체 브랜드 차량 판매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펑자동차는 원래 2016년까지 차체브랜드 차량 300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동펑자동차는 최근 이 목표달성 기한을 2019년으로 늦췄다.
동펑자동차는 지난해 자체브랜드 차량 127만7800대를 팔았다.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2년 만에 자체브랜드 판매량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안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창안자동차는 원래 2020년 이전에 자동차 판매량 600만 대를 달성하고 자체브랜드 비중을 6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창안자동차는 최근 들어 자체브랜드 판매 목표량을 247만 대로 수정했다.
창안자동차는 자체브랜드 차량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 자동차시장의 둔화,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저가차량 출시 등으로 목표를 수정한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