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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뉴시스> |
올해는 한솔그룹 창립 50주년이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환갑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한솔그룹 경영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들어 한솔그룹 구조개편에 분주하다. 한솔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한솔그룹은 한솔홀딩스와 한솔로지스틱스 투자부문을 합병하기로 해 지주회사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인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했다. 한솔그룹은 이어 계열사 구조개편으로 지주회사 요건 충족에 나서고 있다.
조 회장은 이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완료하고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지분가치도 크게 오르고 있다.
◆ 한솔그룹, 지주회사 요건 맞추기 위한 노력
19일 한솔그룹에 따르면 한솔테크닉스는 한솔라이팅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한다. 한솔라이팅이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남은 존속법인을 한솔테크닉스가 흡수하는 방식이다.
한솔테크닉스는 “전자제품과 조명제품 등 사업 효율성을 증대하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합병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병에 대해 시장은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2013년 설립한 한솔베트남 법인이 한솔테크닉스 연결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한솔테크닉스의 한솔베트남 지분은 30%에서 90%로 높아진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19일 “한솔베트남의 휴대폰 조립사업은 정상궤도에 올라 급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합병으로 한솔테크닉스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중장기 성장성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솔테크닉스와 한솔라이팅 흡수합병은 지주회사 지배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합병 전 한솔홀딩스는 한솔테크닉스 지분 14.84%, 한솔라이팅 지분 47.2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한솔홀딩스와 합병이 예정된 한솔로지스틱스 투자부문도 한솔라이팅 지분 29.36%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이 모두 완료되면 한솔홀딩스가 보유한 한솔테크닉스 지분은 18.9%가 된다. 한솔테크닉스가 보유한 한솔라이팅 지분 23.42%가 자사주로 전환되는 것을 포함하면 총 지분율은 22.22%에 이르게 된다.
한솔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는 내년 말까지 자회사 지분 보유요건(상장사 20%, 비상장사 40%)를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한솔테크닉스 외에 한솔제지(지분 7.26%)와 한솔EME(지분 18.97%)도 자회사 지분요건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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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혁 한솔케미칼 명예회장 |
한솔제지의 경우 한솔홀딩스와 한솔로지스틱스 투자부문 합병이 완료되면 지분이 15.36%까지 늘어난다.
이인희 한솔홀딩스 고문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솔제지 지분(6.92%)를 현물출자할 경우 신주발행 없이도 지분요건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솔EME의 경우 한솔라이팅이 지분 79.11%를 보유하고 있어 한솔홀딩스가 이후 한솔라이팅 투자부문과 합병하는 방법으로 한솔EME 지분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한솔EME는 한솔홀딩스와 한솔로지스틱스 투자부문 합병 이후 한솔홀딩스 지분 4.3%를 보유해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한다.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한솔홀딩스와 한솔EME 지분 맞교환 가능성도 떠오른다.
◆ 구조개편으로 조 회장 지분 가치 높아져
한솔그룹 계열사 구조개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솔테크닉스 주가는 19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2만3950원을 기록했다. 한솔테크닉스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74.8%, 6개월 동안 108.3% 상승했다.
한솔테크닉스가 한솔라이팅을 흡수합병해 앞으로 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솔테크닉스 매출이 지난해 대비 30%, 영업이익은 180% 늘어날 것으로 내다 봤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70.3%, 영업이익 327.6% 증가를 예상했다.
한솔로지스틱스 주가도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솔로지스틱스 주가는 3960원으로 전일 대비 14.78% 올랐다. 3개월만에 73.3%나 주가가 뛰었다.
한솔홀딩스 주가는 11.68% 오른 9660원을 기록했다.
한솔로지스틱스는 분할 뒤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에 흡수합병이 예정돼 있다. 조동길 회장의 지분가치도 높아졌다.
조 회장은 현재 한솔로지스틱스 지분 6.08%, 한솔홀딩스 지분 3.34%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한솔로지스틱스 지분 가치는 116억 원, 한솔홀딩스 지분 가치는 87억 원에 이른다.
한솔제지 지분 3.34%(126억 원), 한솔케미칼 지분 0.31%(28억 원), 한솔홈데코 지분 0.15%(2억 원)을 합하면 조 회장의 지분가치는 약 360억 원 가량이다.
한솔그룹 전체로 따지면 조 회장의 형인 조동혁 한솔케미칼 명예회장이 보유한 한솔케미칼 지분 14.34%의 가치가 1299억 원으로 훨씬 크다. 그러나 조 명예회장은 한솔케미칼 지분만 보유하고 있어 조 회장이 한솔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조동길 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계열사 구조개편으로 완전히 마무리된다.
조 회장은 한솔홀딩스와 한솔로지스틱스 투자부문이 합병하게 되면 한솔홀딩스 지분률을 4.19%로 높이고 개인 최대주주가 된다. 이전까지 조 회장의 어머니인 이인희 고문이 지분 3.51%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였으나 합병 뒤 지분은 2.42%로 떨어진다.
하지만 조 회장이 한솔홀딩스 지배력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자사주 포함)은 현재 한솔홀딩스 지분 17.81%를 보유하고 있다.
한솔홀딩스 지분은 국민연금(12.26%),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7.82%) 등이 주요주주로 올라있다. 합병 이후 이들은 조 회장 개인 지분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조 회장이 이 고문의 지분을 넘겨받거나 한솔케미칼 등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고 한솔홀딩스 지분을 획득하는 방법으로 지분을 늘리는 방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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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지난해 11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27주기 제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 이건희 조카 조동길, 한솔그룹 재도약 이끌까
조동길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명예회장의 외손자다.
조 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와 삼성물산과 JP모건을 거친 뒤 1987년 전주제지에 입사했다. 조 회장은 2002년 한솔그룹 회장에 올라 그룹을 이끌고 있다.
한솔그룹은 1965년 설립된 새한제지공업이 모태다. 이병철 명예회장이 새한제지공업을 인수해 삼성그룹에 편입한 뒤 1968년 전주제지로 이름을 바꿨다.
이병철 명예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고문이 1991년 전주제지 등을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나와 이듬해 회사이름을 한솔제지로 변경했다.
이 고문은 한솔그룹의 사업영역을 금융과 IT 등으로 확대하고 아들들에게 각각 사업을 맡겼다.
조동혁 한솔케미칼 명예회장이 한솔종금과 한솔창투 등 금융부문을 맡고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한솔텔레콤, 한솔엠닷컴 등 IT사업을 이끌었다. 조 회장은 전통의 제지사업을 맡았다.
한솔그룹은 삼형제의 삼각경영체제 속에서 활발하게 인수합병 등을 진행하며 몸집을 불렸다. 한솔그룹은 1996년 재계순위 22위로 30위권에 처음 이름을 올렸고 2000년 11위까지 올라 10대그룹을 넘볼 정도였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IT버블 붕괴로 조 명예회장의 금융사업과 조 전 부회장의 IT사업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결국 한솔그룹은 제지사업을 주력사업으로 다시 만들었고 조 회장이 형들을 제치고 그룹 경영권을 거머쥐었다.
조 회장은 그뒤 한솔그룹을 다시 키웠다. 한솔그룹은 한때 자산이 9조4천억 원대에서 3조 원대로 줄어들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조 회장은 한솔그룹을 다시 5조 원대 자산 규모로 키웠다. 한솔은 2013년 다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됐고 올해도 재계순위 41위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끝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조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창립 50주년을 맞아 100년 이상 가는 초일류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솔경영체계(HMS)를 새롭게 제시했다.
조 회장은 “차별화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와 최대가치 구현, 고객과 함께 지속성장을 그룹의 사명으로 삼을 것”이라며 “최고경영진부터 현장 일선 직원까지 모두가 한솔경영체계를 공감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