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기업의 추격 위협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7일 "미국과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반도체산업 굴기가 상당히 힘을 잃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한국 반도체산업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푸젠진화와 이노트론 등 현지 반도체기업에 막대한 생산과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며 반도체산업 진출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왔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무역분쟁을 벌이면서 반도체장비 수출을 규제하고 나서 중국 반도체기업이 양산체제를 갖추기 어려워졌다.
중국에 반도체기술을 지원하던 대만 UMC가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기술 제휴를 중단한 점도 중국 반도체산업이 추진동력을 상실한 이유로 꼽힌다.
노 연구원은 "푸젠진화는 UMC와 기술 제휴를 중단한 뒤 제품 양산을 못 하며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며 "이노트론도 상호를 변경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YMTC는 32단과 64단 3D낸드 공정을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양산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었고 세계 반도체기업의 3D낸드 기술도 이미 96단 이상으로 발전해 중국 기업이 넘어야 할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한국 반도체기업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두고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중국 반도체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산업 진출이 사실상 무산되거나 크게 늦춰질 가능성이 유력해진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노 연구원은 중국이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으로 업종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지만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노 연구원은 중국이 반도체산업 진출에 고전하자 대규모 자금을 현지 디스플레이업체의 올레드 패널 투자 확대 지원에 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올레드패널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디스플레이기업에는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