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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2일 한국석유공사 시무식에 참석한 서문규 사장이 신년사를 읽고 있다. |
서문규 한국석유공사(석유공사) 사장이 이라크에서 ‘석유 대박’을 터뜨렸다. 석유공사가 탐사에 참여한 이라크 하울러 광구의 데미르닥 구조에서 2억5800만 배럴의 원유가 터졌다. 1979년 창사 이래 단일 구조에서 얻은 석유 매장량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실패한 자원외교’로 불렸던 하울러 광구 투자도 재평가를 받게 됐다.
서 사장은 지난 1일 오후 7시(현지시각)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인 아르빌에서 하울러 광구에 속한 데미르닥 구조의 첫 원유 상업적 생산 선포식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 운영권자인 장 클라우드 간두르 오릭스 회장과 아쉬티 하우라미 쿠르드 자치정부(KRG) 천연자원부 장관, 김용현 주아르빌 총영사 등 관련 인사 80여 명이 참여했다.
총면적 788㎢로 서울 면적의 1.3배 수준인 하울러 광구는 중동·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유전이다. 지난해 석유가스 전문조사기관 IHS는 하울러 광구가 중동·유럽 탐사시추 중 원유 산출 시험 생산량 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원유 생산에 들어간 데미르닥 구조는 2012년 처음 원유가 발견된 후 하루 평균 약 1만 배럴 규모의 산출 시험에 성공한 곳이기도 하다.
하울러 광구는 오릭스사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각각 65%·20%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석유공사의 비중은 15%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이번에 나온 2억5800만 배럴의 원유 중 약 3900만 배럴을 확보했다. 2003년과 2004년 각각 상업 생산을 시작한 베트남 15-1 광구 내 흑사자 구조(1596만 배럴)와 리비아 엘리펀트 광구(2200만 배럴)의 매장량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석유공사는 데미르닥 구조 외에도 아인 알 사프라·제이 가우라·바난 등 하울러 광구에 속한 총 4개 구조의 매장량 확인을 목적으로 평가정 시추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18년까지 데미르닥 구조의 정확한 매장량을 알아볼 생산정 17개를 시추하기로 했다. 또 4개 구조를 아우르는 하루 원유 생산량 10만 규모의 시설도 짓기로 했다.
하울러 광구의 생산 계약은 최초 상업적 발견일로부터 20년 동안 이어진다. 현재 확인된 원유가 2043년 3월 말까지 모두 생산될 경우 석유공사는 배럴 당 100달러 기준으로 39억 달러(약 4조 원) 상당의 원유를 얻게 된다.
석유공사는 추가 평가에 따라 데미르닥 구조에서 최대 6억1000만 배럴을 더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지분에 따라 915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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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울러 광구의 위치도 |
이번 일로 서 사장은 한시름을 놓았다. 대표적 자원 외교 실패 사례로 꼽히던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의 오명을 벗어던졌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기원은 이명박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쿠르드 자치정부와 유전개발에 합의했다. 같은해 6월 4억 달러(약 4400억 원)에 본계약을 체결한 석유공사가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성공작이라고 자평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1호’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석유를 찾았다는 소식은 없었다. 2012년 4월 감사원이 이 사업을 놓고 “순손실만 1800만 달러로 추산되고 매장량도 3배 이상 부풀린 부실덩어리”라고 지적하면서 실패한 사업이라는 평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에 실패한 서 사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렸다. 석유공사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8~2009년 본격적으로 이 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실패한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공기업 구조조정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서 사장의 입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 사장의 지휘 아래 석유공사는 30여개 나라에서 220개가 넘는 자원 개발 사업을 진행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한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 실패에 대한 비판이 큰 만큼 관련 기관장을 안고 가는 것은 무리다”라며 서 사장의 교체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집중포화를 맞았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석유공사의 경영 악화를 불렀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10월 전순옥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석유공사의 부채 규모는 2007년 3조6830억 원에서 2012년 6월 기준 21조3538억 원으로 약 6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도 “(석유공사의) 이른바 ‘묻지마식’ 해외사업 투자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질타했다.
한동안 ‘동네북’ 신세였던 서 사장은 데미르닥 구조의 원유 상업적 생산 시작으로 체면을 세웠다. 석유공사는 이달 초부터 데미르닥 구조에 임시 생산시설을 설치해 하루 평균 약 1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기로 했다. 1단계 생산 시설을 완공하는 5월 말 3만 배럴, 2단계 공사가 끝나는 8월 말부터 4만 배럴로 생산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공사는 데미르닥 외 나머지 구조에서도 모두 하루 생산량 850~1만 배럴 가량의 원유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데미르닥 구조를 포함한 하울러 광구의 전체 원유 매장량은 평가정 시추 결과에 따라 증가할 전망”이라며 “데미르닥 구조에서만 최대 6억 배럴의 매장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하울러 광구 외에도 상가우 사우스·바지안 등 이라드 쿠르드 지역에 위치한 총 3개 광구에서 원유시추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상가우 사우스 광구 사업은 지분 30%를 보유한 운영권자다. 서 사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이라크에서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광구에서도 하울러 광구와 같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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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석유공사가 원유 시추 사업을 진행 중인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의 하울러 광구. 최근 이곳의 데미르닥 구조에서 2억5800만 배럴의 원유를 발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