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를 비롯해 금융지주들이 인수의사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카드업계 판도가 단번에 뒤집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인수를 고민할 수도 있다.
▲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예비입찰이 30일 진행된다. 당초 28일로 알려졌으나 최근 이틀 연장됐다. 원매자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투자설명서(IM)를 자세히 들여다 볼 시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인수의사를 보이고 있는 곳은 한화그룹이 유일하다.
한화그룹은 그룹의 인수합병 전문가인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팀장을 맡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오르내렸던 K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는 롯데카드 인수를 부인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검토한 적이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말했고 BNK금융지주는 김지완 회장이 직접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전부를 인수하는 것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김 회장은 최근 기자들의 질문에 “롯데손해보험 단독 인수는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역시 인수설과 관련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기자들과 만나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인수와 관련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 끊임없이 금융지주의 롯데카드 인수설이 나오는 이유는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단번에 업계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드사 매물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이들이 롯데카드 인수를 쉽게 저버리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카드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있을 수도 있다.
31일부터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이 연매출 5억 원 이하에서 30억 원 이하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간 7천억 원 이상의 손실을 추가로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이 악화될수록 규모가 작은 하위 카드회사들이 더욱 큰 타격을 받는다.
국내 카드사 순위는 지난해 상반기 말 자산 기준으로 신한카드(27조4939억 원), 삼성카드(24조4583억 원), KB국민카드(18조4953억 원), 현대카드(15조6944억 원), 롯데카드(12조240억 원), 우리카드(9조1032억 원), 하나카드(7조6425억 원) 순이다.
우리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해 각각 우리카드, 하나카드와 합병하면 KB국민카드를 뛰어넘어 업계 상위권으로 오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다른 카드사들 순위는 한 계단씩 밀려난다.
특히 규모가 커지면 조달금리를 좌우하는 신용등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의 신용등급은 상위 카드사보다 한 등급씩 낮다. 규모를 키우면 인지도가 중요한 카드 마케팅에서도 유리하다.
KB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해 KB국민카드와 합병하면 신한카드를 넘어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다.
그동안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펼친 경쟁구도에서 신한금융지주는 카드에서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보여왔는데 KB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이 구도가 뒤집힌다.
2017년 글로벌 투자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는 롯데카드를 인수할 수 있는 곳으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3곳을 꼽기도 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롯데카드 인수자는 수익성의 중요한 요소인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은행이 인수하면 예금상품을 끼워 팔 수 있는 등 시너지가 가능해 순이자마진(NIM)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지주의 순위까지 바뀔 수 있는 만큼 인수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며 “금융지주가 부인해도 끊임없이 인수설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