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와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지난해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상장기업의 등기이사들은 연봉 5억 원 이상일 경우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오는 31일이 연봉 공개 마감이다. 마감을 앞두고 일부 기업들은 눈치를 보기도 한다. 일부 기업의 오너들은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기도 했다.
|
|
|
▲ 허창수 GS그룹 회장 |
29일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지난해 42억41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GS건설에서 17억27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GS그룹 계열사들의 연봉 지급현황이 추가로 공개될 경우 허 회장의 연봉 총수령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또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만도에서 23억88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만도의 신사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7억4400만 원, 성일모 대표이사는 5억7600만 원을 각각 연봉으로 받았다. 회장과 부회장의 차이는 약 3배다.
전문경영인 가운데 LG디스플레이 한상범 사장이 연봉으로 11억52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18억67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고 이미 공개했다.
중견기업 오너들의 연봉도 공개됐다. 노스페이스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영원그룹의 경우 성기학 회장이 연봉으로 35억 원을 받았다. 성 회장은 급여와 상여금으로 영원무역에서 16억 원을, 영원무역홀딩스에서 19억 원을 각각 받았다.
윤은수 휠라코리아 회장도 지난해 연봉으로 11억100만 원을 수령했다.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5억3810만 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신 부회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
|
|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은 지난해 퇴직금 20억 원을 비롯해 모두 22억3천만 원을 받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별세했다.
이밖에도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이 6억8500만 원을,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총괄사장이 16억4100만 원을 각각 받은 것으로 공시됐다.
앞으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LG그룹 등 주요 그룹들도 등기이사들의 연봉이 공개된다. 재계는 국내 기업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연봉이 외국기업에게 비하면 많지 않은 편인 데도 연봉이 공개돼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들이 실적에 맞게 연봉을 받고 책임경영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삼성그룹 계열회사 등기이사에 전혀 올라있지 않다. 이에 반해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한편 코스닥기업 중 등기이사 보수가 5억 원을 넘는 곳은 모두 35개사(39명)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14개사(40%)가 바이오와 정보통신(IT) 업종에 속했다.
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박동현 메지온 대표이사가 12억6000만 원,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가 9억3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코스닥 IT기업 중에는 김원남 파워로직스 대표이사가 연봉 13억5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파워로직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고,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을 막는 안전장치 등을 판매하는 회사다.
이밖에도 플렉스컴 하경태 대표이사가 12억2000만 원, ST반도체 홍석규 대표이사가 11억3000만 원을 각각 연봉으로 받았다. 플렉스컴은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사용되는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이며 STS반도체는 반도체 패키징 업체다.
또 이완근 우리기술투자 대표이사가 18억2000만 원, 김종호 소셜미디어구십구 대표이사 14억5000만 원, 원석준 에스티오 대표이사 12억 원, 김형육 한양이엔지 대표이사 11억8000만 원 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