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경영정상화 작업이 삐걱대고 있다. 권 사장은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노조 반발 등 후유증이 적지 않다.
권 사장은 이달 들어 대형 수주에 성공하는 등 경영정상화 작업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노조와 불신의 골이 갈수록 깊어져 경영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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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17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권 사장 등을 포함한 경영진 4명은 현대중공업의 여사원 희망퇴직과 관련해 부동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노조로부터 대검찰청에 고발당했다.
노조는 16일 제출한 고발장에서 회사가 여사원 희망퇴직 과정에서 해고 회피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노조와 협의없이 희망퇴직을 진행해 단체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전환배치한 점을 이유로 권 사장 등 경영진 4명을 울산지검에 추가로 고발했다.
노조는 “권 사장 등이 최근 도장5부 직원 52명을 선행도장부로 전환배치하면서 직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노조와 협의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고발이유를 설명했다.
권 사장은 올해 ‘경쟁력 회복을 통한 재도약의 원년’을 경영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구체적 실천방침으로 원가경쟁력 강화, 안전하고 체계화한 생산현장 구축, 화합과 혁신의 새 조직문화 창출을 제시했다.
권 사장은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3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내며 위기를 맞자 인력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내부 구성원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진통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초 과장급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최근 15년 이상 여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고졸과 전문대 출신 여사원들을 대상으로 40개월분 임금과 1500만원의 위로금을 일시에 지급하고 장기근속 대상 포상과 명예 승진 등의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지난 13일까지 면담과 접수를 진행했다.
회사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것일 뿐 강제 인력구조조정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가 “굳이 나가라”는 말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강제퇴직을 종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오너인 정몽준 최대주주의 아들 정기선씨의 상무 승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20~30년 이상 숙련된 이들은 정리해고하는 현대중공업이 왕초보인 정 고문의 아들 정기선을 입사 2년 만에 초고속으로 상무로 승진시켰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향후 생산직까지 감원한파가 몰아칠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경영실적이 악화한 것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생산직에 대해서도 아웃소싱을 실시해 감원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생산직 구조조정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는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불법부당 행위에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 결의를 통한 쟁의행위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노사갈등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9일 울산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회사의 미래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권오갑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퇴진 등 다양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