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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5일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에게 공격을 받아 피를 흘리고 있다. <뉴시스> |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테러를 당했다. 동맹국가에 주재하고 있는 미국대사가 테러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로부터 흉기로 공격을 받아 얼굴과 손에 부상을 입었다.
습격 직후 김 대표는 현장에서 검거됐고 리퍼트 대사는 강북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가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김 대표는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뒤 “전쟁훈련 반대”라고 외쳤다. 2일부터 진행된 한미연합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반대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10년 주한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져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미국 국무부는 사건 발생 1시간30분 만에 논평을 내고 “이런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직접 치료를 받고 있는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쾌유를 빌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중동순방중 피습사건을 보고받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 뿐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반응은 오히려 국제사회에 국내 반미정서가 만연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라리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고 한미동맹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것을 강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을 전하면서 반미감정을 우려했다. CNN은 실시간 속보로 사건상황을 중계하면서 이번 범행이 반미감정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김 대표가 체포된 뒤 전쟁반대를 외친 데 주목하며 일부 한국인들이 미국을 통일에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최근 한미연합훈련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난 점도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테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이 다른 사람도 아닌 대사에 대한 공격을 단순 피습 사건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 관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지난달 27일 한중일 3국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뿐 아니라 이를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는 한국과 중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동아시아 외교 역학구도가 한국-중국 대 미국-일본으로 나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대사에 대한 공격이 발생해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이를 의식해 정부는 테러행위를 강하게 비난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사절에 대한 가해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 대사에게 자행된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과 “주한 외교사절의 신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10월 부임한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다. 리퍼트 대사는 1월 부인 로빈 리퍼트 여사를 통해 득남한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식 중간이름을 붙여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