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병기 특혜 의혹을 전 보좌관 보복 탓으로 돌려, 당 안팎 여론 악화에 '사면초가'
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5-12-26 14: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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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에 제기된 특혜 의혹을 전 보좌진의 '보복'으로 치부하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강력한 인사조치로 비위 논란을 돌파해왔는데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인사 청탁 의혹에 이어 김 원내대표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 안팎의 여론이 악화하며 김 원내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26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 원내대표에 제기되는 각종 의혹을 두고 "김 원내대표가 며칠 후 본인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는 말도 했다"며 "원내대표라는 자리는 실로 막중하고 당원과 국회의원이 뽑은 선출직이다. 본인도 아마 (거취 관련해)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특혜 의혹이 연알아 이어지는 가운데 그가 전 보좌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김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특혜 의혹과 전 보좌진의 언행은 별개의 문제인데 이를 뒤섞는 김 원내대표가 사후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전날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역시 정치인 이전에 한 사람이다. 인내와 배려에도 한계가 있다"며 "전직 보좌직원들은 절대적 약자, 저는 절대적 강자라는 단순한 도식, 그들은 피해자이고 저는 가해자라는 왜곡된 서사는 용남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는 이와함께 전 보좌진의 '여의도 맛도리' 단톡방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이들에게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단톡방 대화 내용을 보면 해당 전 보좌진은 김 원내대표를 "병개"로, 김 원내대표의 부인을 "사모총장'이라고 칭했다. 또한 김 원내대표의 부인을 두고 "이빨 다 깨고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내란을 희화화하고 여성 구의원을 도촬하고 성희롱을 하는 듯한 발언도 등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단톡방을 보게 된 후 전 보좌진들을 직권면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에는 현재 대한항공에게 받은 제주 KAL호텔 숙박권 무상 이용, 부인 며느리 손자 공항 의전 요구 특혜, 지역구 병원 특혜 진료 의혹 등이 제기돼 있다. 이들 의혹은 모두 문제의 전 보좌진이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김 원내대표를 향한 의혹은 거의 매일 새로운 의혹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면서 여론이 악화해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까지 민주당 지도부는 비위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사퇴와 면직 등 강력히 대응해 왔는데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정 대표는 8월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좌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한 의혹이 제기된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고 "이 의원을 제명 조치하도록 하겠다"며 12시간 만에 결정했다. 이에 이 의원은 스스로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직도 물러났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 종합특검법'의 추진 방향과 '통일교 특검법' 관련 쟁점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질의·응답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보좌진 갑질 의혹이 불거지자 7월23일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스스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 후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맞다, 됐나"며 "상처에 소금 뿌리고 싶으냐"고 되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가 계속 버틴다면 민주당은 인사청탁 의혹이 불거졌던 문 원내수석에 이어 의혹 '뭉개기'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 원내수석은 이번 달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남국 당시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대학 동문의 인사를 청탁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돼 거센 비판을 샀다. 김남국 비서관은 사퇴했지만 문 원내수석은 '지도부 판단'으로 당직을 유지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서 국민의힘의 공세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민의힘 쪽에서 비판 많이 안하시는 것 같다'는 진행자의 말에 이어 "국토위에 여야 의원들이 이런 혜택들을 상임위 특히 대한항공이나 항공 운영할 때 받는 게 관행처럼 있다"며 "그래서 국민의힘도 세게 말 못 하겠다. 나도 받았는데 넌 안 받았어, 이러면 뭐라 그러겠나"고 말했다.
오히려 공개적 비판은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강성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게 지금 빨리 좀 끝나야 하는데 이게 연말 내내 아이템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고 불편해하고 있다"며 "그것이(사퇴가) 본인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또 이 정부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신 분도 분명히 있다"고 민주당 내부 기류를 전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