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이 미국과 핵융합 기술 격차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서 건설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모습. <위키미디아 커먼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미국의 핵융합 발전기술 개발 속도를 대부분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핵융합 기술 개발을 우선 순위로 삼고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7월 중국은 중국핵융합에너지공사(CFEC)를 창설하고 약 21억 달러(약 3조 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미국 에너지부의 연간 핵융합 개발 예산과 비교해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주도해 마련한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우며 핵융합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바라봤다.
미국의 핵융합 에너지 스타트업 '커먼웰스 에너지 시스템'은 2027년까지 시범적 핵융합 발전소를 준공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중국도 비슷한 시기에 자체 개발한 핵융합 반응로를 완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중국과학원 산하 플라즈마 물리학 연구소가 건설하고 있는 'BEST'라는 이름의 반응로로 향후 몇 년 안에 완공될 것으로 계획됐다.
리안 후이 플라즈마 물리학 연구소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일정이 매우 빠듯하다"면서도 "BEST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융합은 현재 차세대 핵심 에너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핵융합은 핵분열 기술을 활용하는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원자핵이 결합할 때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원전과 달리 핵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데다 방사능으로 인한 위험도 없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불린다. 다만 통상적인 압력에서는 1억 도 이상 초고열이 발생해야만 원자핵이 결합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술 실현 난이도가 높아 아직 개발에 성공한 국가가 없다.
중국은 올해 10월 발표한 제15차 5개년(2026~2030년) 기술개발 계획을 통해 핵융합 에너지 및 기타 분야에서 획기적 발전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BEST 반응로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2030~2040년대 안에 다른 방식의 반응로 설계까지 확립한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BEST 반응로는 기반만 존재하는 상태였는데 올해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절반 정도 완성돼 있어 건설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분석했다.
리처드 피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소속 물리학자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중국은 ITER에 참여해 많은 것을 배웠고 이제는 그 지식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며 "중국에 갈 때마다 엄청난 인력과 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에 놀라게 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핵융합 기술 실현에 먼저 성공하는 쪽이 차기 글로벌 에너지 경쟁에서 패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세계는 각종 산업 분야의 전력화와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으로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를 인지하고 정부 차원에서 핵융합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올해 10월 미국 에너지부는 핵융합 산업 성장과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2030년대 중반까지 핵융합 반응로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장 폴 알랭 에너지부 핵융합에너지과학국 부국장은 "핵융합은 현실이고 곧 실현될 것이고 정부는 이를 위해 협력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며 "이번 로드맵은 상업용 핵융합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기술적, 산업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핵융합 실현을 위해 약 90억 달러(약 13조 원)이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액 규모가 크더라도 기술 실현 난이도를 생각하면 핵융합 상용화까지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지 티넌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 플라즈마 학자는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에 "엄청난 금액이지만 핵융합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