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8-01 17: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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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이 올 상반기 실적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업이 부진한 가운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022년 3월 역대급 배팅으로 인수한 가구·매트리스 계열사 지누스가 전사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이 하반기 예상되는 내수 경기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인바운드) 확대 추세를 타고 본업 경쟁력 기반의 성장을 본격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현대백화점이 상반기 계열사 지누스에 힘입어 실적을 크게 개선한 가운데 하반기 본업 중심 성장을 본격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전경. <현대백화점>
1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현대백화점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829억 원, 영업이익 1929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8.9%, 영업이익은 72.7% 증가하는 것이다.
올 상반기 현대백화점 실적은 지누스가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지누스는 올 상반기 매출 4704억 원, 영업이익 435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추정치대로면 2024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31.2% 늘고,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올 상반기 지누스의 전년 동기대비 영업손익 개선 폭은 768억 원으로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연결기준 영업이익 증가액 812억 원의 95%에 이른다.
지누스는 상반기 미국 매출 호조와 미국 매트리스 제조사들이 제기한 반덤핑 제소 관련 무효 소송 승소에 따른 충당금 환입액이 반영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누스는 정지선 회장이 2022년 3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8790억 원을 투입해 사들인 계열사다. ‘아마존 매트리스’로 이름을 알린 가구·매트리스 업체로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미국에서 일으킨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에 품에 안긴 이듬해인 2023년 지누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183억 원으로 전년(656억 원)보다 72.0%나 꺾였고, 급기야 지난해 상반기에는 3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 소비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과잉재고로 고객사 발주가 크게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돈값’ 못하던 지누스는 2023년 4분기부터 비효율 판매 품목을 1천 개가량 줄이고 미국 현지 창고 면적을 줄이고 통합하는 등 효율화 작업 끝에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다.
하반기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누스는 8월부터 캄보디아 비매트리스(가구) 공장 가동에 들어가 3분기 내 미국으로 수출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부터 본격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진했던 비매트리스 부문 매출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누스는 최근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도 대부분 해소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인도네시아와의 무역협상에서 관세율을 기존 발표치보다 13%포인트 낮춘 19%로 타결했다. 지누스는 올 1분기 기준 전체 매트리스 생산 물량의 82%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했다. 앞서 4월 미국 정부가 인도네시아 상호관세율을 32%로 발표하면서 지누스 주가는 전날보다 20% 급락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와 현대면세점을 운영하는 현대디에프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지분율은 지누스 38%, 현대디에프 100%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현대백화점의 백화점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 동기보다 소폭 후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초부터 계엄 사태로 내수 경기 침체가 악화한 영향으로 매출에 타격을 받았고, 6월 디큐브시티점 폐점 비용 약 50억 원이 반영됐다.
현대면세점 운영사 현대디에프는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2% 개선하고, 영업 손실을 큰 폭으로 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 폐점 관련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올 2분기 흑자를 달성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2018년 면세사업에 뛰어든 업계 후발주자로 2023년 3분기를 제외하곤 매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면세점은 앞서 4월 시내면세점 운영 효율화를 추진 7월 말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은 기존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디에프는 그동안 시내면세점 2곳, 공항면세점 2곳 등 모두 4곳에서 면세점을 운영해왔는데 시내면세점에서 손실이 지속되자 무역센터점과 인천공항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경영 결단을 내린 것이다.
▲ 지누스의 메모리폼 매트리스 이미지. <지누스>
하반기 현대백화점과 현대면세점은 모처럼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경영환경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인바운드)이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0.8로 2021년 6월(111.1) 이후 4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내수 진작을 위한 소비 쿠폰 지급도 경기 회복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수 경기 회복 시 보편적으로 구매단가(상향구매) 경향이 확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화점 업태의 수혜 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6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보다 14.6% 증가한 883만 명이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4.6% 수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관광업계에서는 하반기 성수기 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첫 외국인 방한 2천만 명 돌파도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면세업계에서는 이런 가운데 3분기 정부의 중국인 단체 관광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면세점 업황이 살아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대면세점은 중국 관광객 대상 프로모션과 서비스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 무역센터점의 입지를 고려해 중국 비즈니스 단체관광객(MICE) 유치와 아쿠아리움 등 주요 관광시설과 연계한 단체 관광 관련 상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현대외국인 관광객들이 과거와 달리 체험형 소비를 중요시하면서 백화점 매출에서 외국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과 무역센터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약 13%에 이른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신정부 출범 후 내수 활성화 대책에 힘입은 구매력 개선이 기대되고, 동대문점 철수로 하반기 면세점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3분기부터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비자 면제 정책도 논의되고 있어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