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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정몽규 궁지에, 아시아나항공 놓고 정부를 적으로 돌리나
감병근 기자  kbg@businesspost.co.kr  |  2020-08-03 17: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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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재실사 거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협상을 놓고 계산에 차질을 빚어지게 됐다.

애초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이행 대신 재실사 제안을 통해 인수가격 인하, 인수 철회 명분 확보 등 '양수겸장'을 노린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하지만 이 회장이 ‘시장 신뢰 상실’까지 경고해 자칫 실리마저 놓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3일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재실사 요구를 거부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서면으로 요청한 재실사를 놓고 “수용할 수가 없다”며 “시장 신뢰를 못 받으면 앞으로 협의나 경제활동을 할 때 여러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 회장이 특히 '시장 신뢰'를 강조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 수장인 이 회장이 내놓는 발언들은 사실상 정부의 의견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HDC그룹은 부동산개발과 건설사업을 펼치는 HDC현대산업개발을 주력계열사로 삼고 있다. 

부동산개발, 건설사업 등은 각종 인허가가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국토교통부 등의 협력을 얻지 않고는 사업진행이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업 주무관청이기도 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깊이 관여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7월 초 정 회장을 따로 만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 회장으로서는 이 회장이 내놓은 발언이 본업인 건설업에서 실제 불이익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정 회장은 기존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이행하는 대신 12주에 걸친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이라는 경영자로서 명예보다는 실리를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코로나19로 악화한 항공업황을 고려하면 채권단의 재실사 수용은 아시아나항공 가격을 낮추거나 인수를 포기할 명분을 정 회장에게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됐다. 

설사 채권단이 재실사를 거부하더라도 정 회장이 인수계약 파기의 책임을 채권단에게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시장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채권단이 간소화된 재실사를 정 회장에게 다시 제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한 거부와 경고를 보냄으로써 정 회장은 명예를 포기하고 쫓던 실리마저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정 회장이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부실을 일관되게 주장해 온 만큼 현재 상황에서 재실사 없는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사실상 다음 수순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지급한 이행보증금 2500억 원을 두고 벌이는 소송전이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 회장이 온라인간담회에서 “모든 법적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게 있다”며 계약금 반환의 여지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법조계에서는 소송전 승패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008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에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지급했다가 인수계약이 무산되자 8년여의 법정공방 끝에 1951억 원을 돌려받은 사례도 있다. 

다만 정 회장으로서는 소송을 통해 정부를 대신하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한 번 더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소송에서 진다면 소송비용 등 경제적 손실을 물론 경영자로서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입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대형로펌의 한 관계자는 “주식 매매계약의 이행보증금과 관련한 소송은 계약서의 세부내용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며 "계약 파기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계약금을 포기해야 한다는 계약법 일반론으로 소송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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