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에 나선 성폭력 피해자들이 '꽃뱀'으로 몰리는 등 피해 사실을 폭로한 데 따른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성폭력은 성추행과 성희롱, 성폭행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성적 가해행위를 말하며 2차 피해는 피해를 폭로한 피해자가 겪는 의심과 협박 등의 부당한 처우를 일컫는다.
▲ 시인 최영미씨.
시인 최영미씨도 문학계 원로인 시인 고은씨의 문단 내 성폭력 폭로를 놓고 ‘저의가 있어 폭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이에 맞서 상세한 내용을 담은 2차 폭로전을 준비하고 있다.
5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최씨는 계간 황해문집 2017년 가을호를 통해 고씨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고 2월27일 동아일보에서 후속 폭로를 한 뒤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로 성폭력을 폭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고씨의 성추행 장소로 지목된 술집 ‘탑골’의 주인 한모씨는 2월28일 페이스북에서 “고씨가 입으로는 수없이 기행적 행동과 성희롱 발언을 언급했을지언정 최씨가 언급한 자위행위는 한 적 없다”며 “30년 전의 맛있게 생겼다는 등 농을 많이들 하며 질퍽한 밤문화를 보내기도 했던, 미성숙했던 문화적 흐름을 지금의 잣대로 체벌하는 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최영미 시인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다”며 “고씨를 여론에 휘말려 매장 당하게 하지 말고 정확한 사실이 아니면 소설 그만 쓰라, 소설 쓰면서까지 자신을 홍보하고 싶나”라고 덧붙였다.
고씨도 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상습 성추행 혐의는 단호히 부인한다”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릴 뿐”이라며 최씨의 폭로를 거짓으로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최씨뿐 아니라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폭로 뒤 그 의도를 의심 받으며 "꽃뱀이냐"는 비난을 듣는 일이 잦다.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도 피해 사실을 폭로하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이야기 했을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며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5일 기자회견에서 “수사기관 등이 피해자들을 의심하는 태도에 피해자들은 다시 좌절하고 말한 것을 후회하며 자책하는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며 “피해자의 법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시스템을 견고히 갖추고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성평등과 인권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5일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선 경찰관서에 가명 조서와 전담인력 지정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5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이철성 경찰청장과 긴급 회동에서 “어렵게 입을 연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구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가 중심이 돼 정부 모든 관계부처 및 기관들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꽃뱀’에 휘말려 누명을 쓴 사례나 꽃뱀 프레임으로 2차 피해를 입은 사례 모두 진상규명을 위한 사실관계 조사가 우선되어야 한다.
최씨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쓴 시 괴물을 놓고 매체를 통해 한 말과 글은 사실”이라며 “나중에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