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추선업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시추 서비스기업의 파산으로 대금을 받지 못한 채 쌓아두고 있는 시추설비를 재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원유 시추선 시장이 부진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라며 “우리나라 조선사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시추 서비스 1위 기업인 스위스의 트랜스오션은 4일 같은 업종의 오션리그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트랜스오션은 오션리그 인수로 최고 사양의 글로벌 시추설비 50기 가운데 17기, 상위 100기 가운데 31기를 보유한 회사가 된다.
2017년 업계 2위인 엔스코가 앳우드를 인수한 뒤 다시 진행된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형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시장 재편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시추선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를 주기에 충분하다”며 “높은 사양의 설비를 상위권 기업이 독식하고 최근 유가 상승으로 해양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시추설비 이용률과 용선료가 오르고 있다”고 파악했다.
시추설비의 수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트랜스오션의 오션리그 인수가 시추선업황에 긍정적 신호를 전달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재무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글로벌 해양시추기업인 시드릴이 파산하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은 시드릴로 수주한 시추설비의 잔금을 받지 못했다. 선수금은 확보했지만 완성된 시추설비들을 작업장에 보관하면서 비용이 들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시추설비를 다른 기업에 매각해 잔금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많은 시추설비들이 각 조선사의 안벽을 차지하고 있다.
조선사들이 시추업황 개선의 흐름을 타고 완성해 놓은 시추설비를 높은 가격에 재판매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조선사들은 과거 발주처에 인도하지 못한 시추설비를 놓고 재판매 가격을 보수적으로 예상해 충당금을 설정했다”며 “앞으로 시추설비를 팔아 대금을 정상적으로 받는다면 환입 규모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