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은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잡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친문(친 문재인) 표심'을 잡을 수 있고 이해찬 의원 지지자들을 흔들기 위한 '견제구'도 노렸다는 것이다.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30일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김 의원은 이 지사 탈당 요구 발언이 친문의 핵심적 지지자 표를 끌어당길 수 있는 발언이라고 나름대로 계산했을 것"이라며 “실제로 그 발언이 표로 어떻게 연결될지는 이 지사가 받고 있는 의혹이 사실이냐 허구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에 나선 후보들 세명 가운데 유일하게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의 경쟁자인 이해찬 의원은 “이 지사와 관련된 의혹들은 잘 모른다”고 선을 그었고 송영길 의원은 “이 지사는 검찰 수사에 응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내 경선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김 의원은 29일 “이 지사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이 돼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 지사가 탈당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의 이런 행보는 8월25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갈등을 겪으면서 친문 지지들의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라는 아이디로 온라인에서 문 대통령을 비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겨나면서 친문 지지자들의 반감은 더 커졌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의 이 지사 탈당 요구 발언은 친문 세력들로부터 '소신 발언'이라는 칭찬을 들을 공산이 크다. 일부 친문 지지자들은 친문 커뮤니티 혜경궁닷컴에서 "기어코 이 지사를 뽑아놓은 이 사태를 민주당과 당대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며 반발해왔다.
최근 6·13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를 밀어주는 발언을 했던 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스스로를 친문이라 밝힌 지지자들로부터 ‘이 지사에게 출당을 요구해야 하지 않느냐’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김 의원은 예전부터 경기도에서 이 지사와 대척점에 서온 관계이기도 하다.
그는 6·13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나설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 지사의 경선 경쟁자였던 전해철 의원을 총력 지원하는 쪽을 선택했다. 전 의원은 현재 당대표 경선에서 김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김 의원의 이 지사 탈당 요구 발언은 이 지사를 공격함으로써 이 지사와 친분이 두텁다고 일각에 알려진 이해찬 의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이 의원은 6·13지방선거에서 이 지사를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최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은 최근 경기도 연정부지사로 임명됐는데 이 의원과 이 지사 사이에 교감 없이는 이런 인사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이 의원 측은 이 지사 측과 인적 교류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 이 의원 측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이해찬 당대표 후보 캠프 상황실장은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이라며 이재명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이우종씨가 SNS관리자로 영입됐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김 의원은 이 지사 외에도 이 의원을 직접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이 출마하며 ‘7선 사이다’라고 표현하자 김 의원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민생경제의 어려움은 간절하고 뜨겁기에 한 잔의 사이다를 탁 마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시원한 소나기 같은 대책, 능력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947년 경기 수원시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경직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은 뒤 2004년부터 지역구를 경기도 수원시로 두고 4선 의원을 했다. 2014년에는 경기도지사에 도전하기도 했으나 낙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