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문제를 함께 풀자고 적극적 의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며 주변국들도 함께 가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고 문제를 풀겠다"며 "우리도 잘하겠습니다"고 화답했다.

윤영찬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남북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차 브리핑에서 두 정상의 오전 일정을 알렸다. 
 
다음은 브리핑에서 소개된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의 대화다. 

◆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첫 만남

문재인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

김정은 "남측으로 넘어온 뒤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

◆ 의장대 사열이 포함된 공식환영행사에서

문재인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가 있다.“

김정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

◆ 의장대 사열이 끝나고 양측 수행원과 악수한 뒤

김정은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

문재인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 

◆ 평화의 집 전면에 걸린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보면서

김정은 "이건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

문재인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다." 

◆ 평화의 집 2층 환담장에서 뒷벽에 걸린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 작품을 보고 

문재인 "이 그림, 이 작품은 세종대왕이 만드는 훈민정음의 글씨를 작업한 것이다. 여기에 보면 ‘서로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고 글자에 미음(ㅁ)이 들어가 있다. ‘맹가노니’는 만들다는 뜻이다. 거기에 기역(ㄱ)을 특별하게 표시했다.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고 ‘사맛디’의 미음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의 기역은 김 위원장의 기역이다."

김정은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습니다."

◆ 평화의집 회담장에 앉아서 

김정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

문재인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에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해 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

김정은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 불과 200m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 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판문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보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을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의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는가."

문재인 "우리 어깨가 무겁다.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 문 대통령이 회담장 앞편에 걸린 장백폭포 성산일출봉 그림을 가리키면서

문재인 "왼쪽에는 장백폭포가 있고 오른쪽에는 제주도 성산일출봉 그림이 있다.“

김정은 "문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것 같다.“

문재인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

김정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올림픽에 갔다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

문재인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15, 10·4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렇게 실천을 하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 동안 끊어졌던 혈맹을 오늘 다시 이었다.“

김정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 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 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나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라고 생각을 했다. 그럼 우리가 11년 동안 못 한 것을 100여 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

대통령님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를 해보니 마음이 편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

◆ 문 대통령이 배석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가리키며

문재인 "김 부부장은 남쪽에서는 아주 스타가 됐다.“

윤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발언에 김여정 부부장은 얼굴이 빨개졌다. 

문재인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것이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루어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 지 이제 1년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김정은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

문재인 대통령의 왼편에 앉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말을 거들었다.

임종석: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문재인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였다.”

김정은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

문재인 "북측에 큰 사고(중국인 관광객들의 교통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다. 수습하시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김 위원장께서 직접 나서 병원에 들러 위로도 하시고 특별열차까지 배려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정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품게 됐다.“

문재인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