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대형 게임회사들의 매출 합계가 6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11조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대형 게임회사가 차지했다.
대형 게임회사들의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중소 게임회사들은 더욱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상장이 폐지될 위기에 놓인 파티게임즈가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는 3월21일 파티게임즈에 상장 폐지의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파티게임즈가 3월30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한국거래소는 20일까지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파티게임즈의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한다.
3일에는 김용훈 파티게임즈 대표이사가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3월22일부터 파티게임즈 주식 거래는 중단됐다.
파티게임즈는 2017년도 회계감사 결과로 ‘의견 거절’을 받아들었다. 의견 거절은 기업의 존속 여부가 매우 불투명할 때 감사의견을 밝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때 ‘아이러브커피’ 등 대표게임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들어 인기가 시들해진 데다 후속작마저 흥행하지 못하면서 회사의 존속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모바일게임은 반짝 인기에 그치는 비율이 높아 계속해서 새 모바일게임을 내놓아야 하는 환경이 중소 게임회사를 경영 위기로 내몰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의 수명이 점차 짧아지고 있어 대형 게임회사로 매출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금에 여력이 있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회사들이 유명 지식재산권(IP)를 들고 있다는 점도 차이를 벌리는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게임회사들은 지식재산권을 보유해 사실상 흥행 보증수표를 들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리니지2M’ ‘아이온 템페스트’ 등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새 게임을 여럿 선보인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 해리포터 등 유명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중소 게임회사 처지에서 보면 출발선 자체가 다른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을 출시한 이후 마케팅 단계에서도 차이는 더 벌어진다.
대형 게임회사들은 새 게임 광고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여력이 있다. 넥슨은 최근 ‘야생의 땅:듀랑고’ 광고를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제작해 시선을 끌었다.
엔씨소프트는 3월 리니지M의 새 광고를 공개했는데 무려 권투, 만화, 격투기, 축구 등 4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권투분야에 홍수환 선수와 이흑산 선수를, 만화부문에 허영만 작가와 박태준 작가를, 격투기분야에 정문홍 선수와 김동현 선수를, 축구분야에서 차범근 감독과 차두리 선수를 각각 모델로 내세웠다.
대형 게임회사들은 투자를 통해 또 다시 흥행에 성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8일 구글 앱장터에서 게임매출 순위를 보면 1~10위까지 모두 리니지, 리니지M, 라그나로크M, 오버히트 등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등 대형 게임회사의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와이디온라인과 게임빌 등 다른 중소게임회사들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와이디온라인은 지난해 영업손실 99억 원을 냈다.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봤다.
와이디온라인은 “기존 게임의 매출 감소와 새 게임의 흥행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며 “출시를 앞둔 프로젝트 가운데 일부가 중단된 점도 손실 폭이 늘어난 요인”이라고 밝혔다.
게임빌도 지난해 영업손실 196억 원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기존 게임의 매출이 줄어든 데다 새로운 게임 출시가 늦어진 탓으로 분석됐다.
액션스퀘어 역시 지난해 107억 원 규모의 적자를 봤다. 역할수행게임 ‘블레이드’로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다음 작품까지 공백이 길어지고 중국진출 마저 무산되면서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웹젠, 네오위즈는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웹젠은 지난해 매출 436억 원, 영업이익 146억 원을 거둬 2016년보다 각각 21.6%, 91%씩 감소했다. 네오위즈 역시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 54%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