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얼굴'
정의선은 2017년 국내 공식행사에서 현대차를 대표해 얼굴을 비추는 데 더해 빽빽한 해외출장 일정도 소화했다.
2017년 1월 소비자가전전시회 CES2017 방문차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시작으로 추석연휴가 있던 10월을 제외하고 매달 한 차례 이상 해외출장을 떠났다. 중국, 미국, 유럽 등 기존의 주요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도 챙겼다.
국내에서는 9월 제네시스 G70 출시를 기념한 콘서트 무대에 직접 올라 1만여 명의 고객들과 소통했으며 7월 호프미팅, 10월 한국시리즈 1차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만찬, 12월 충칭공장 방문 등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는 등 대외 보폭을 넓혔다.
정의선은 2017년 들어 전략기술연구소·영업전략실·제네시스전담사업부·현대크래들을 신설하고 해외 권역별 자율경영제도를 도입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조직개편에도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대차가 2017년 글로벌 운영조직을 개편하면서 권역별 자율경영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점도 정의선의 활발한 글로벌경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이 해외출장에서 현지시장을 점검하고 관계자들과 소통한 결과물이 권역별 자율경영 제도라는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6년까지 미국과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 왕성한 경영행보를 펼쳤지만 2017년에는 해외출장은 물론 국내 공식행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경영전반을 챙기는 등 건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의도적 정중동 움직임으로 정의선의 운신폭을 넓혀줬다는 관측이 나왔다.
△고성능 N브랜드 출발 ‘청신호’
현대차는 2017년 7월13일 독일에서 i30N과 함께 i30패스트백을 공개하면서 i30시리즈를 유럽 주력차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i30가 유럽에서 선호도가 높은 해치백 차량인 점과 함께 정의선의 작품으로 꼽혔던 PYL브랜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PYL은 현대자동차가 개성있는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에 맞는 자동차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정의선은 PYL브랜드를 내걸고 i30와 함께 i40, 벨로스터 등의 차량을 선보였지만 PYL브랜드 차량이 국내에서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PYL브랜드는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
i30N은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17년 7월17일부터 독일에서 100대 한정으로 i30N 사전계약을 시작했는데 이틀 만에 완판했다. i30N이 고성능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N 브랜드가 고성능차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i30N은 정의선이 2014년부터 재가동한 고성능차 개발계획의 첫 결과물이다.
현대차는 2003년 세계 최고 권위의 양산차 경주대회인 월드랠리챔피언십에 처음 출전했으나 고배를 마신 뒤 철수했다.
현대차는 2014년 월드랠리챔피언십에 재도전했는데 정의선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남양연구소와 유럽연구소에 고성능차 개발 전담부서를 만들고 알버트 비어만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도 영입했다.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 제시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7에서 직접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은 △친환경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연결된 이동성 등 3가지였다.
친환경 이동성은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5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4종, 수소전기차 1종 등 친환경차 제품군을 14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동의 자유로움은 운전자가 사고 등 위험없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구현된 차량을 개발하겠다는 방향성이다.
연결된 이동성은 차량 등 이동수단이 운전자의 주거환경, 근무환경 등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자동차는 모든 사물과 연결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차량에 원격으로 접속해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
△대망의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2015년 11월 전세계에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공표했다. 제네시스는 정의선이 초기 기획단계부터 외부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한 야심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패가 정의선의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2020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6종의 제품군을 갖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의선은 2020년이면 50세가 되기 때문에 이 때 정몽구 회장에게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야심작 ‘PYL 브랜드’는 애물단지
2011년 2030세대를 겨냥해 현대차 아래 PYL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PYL 브랜드는 정의선의 야심작으로 불린다.
PYL 브랜드 차량으로 분류되는 벨로스터, i30, i40은 개발에 수천억 원이 들었지만 국내에서 판매부진을 벗어나지 못했을 뿐더라 단종설까지 돌기도 했다. 세 차종의 국내 판매량은 2012년 3만718대에서 2016년 4367대로 떨어졌다.
다만 세 차종은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꾸준한 판매실적을 내고 있다.
|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16일 현대차의 중국 충칭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본 뒤 나오고 있다. <뉴시스> |
△현대차 디자인철학 ‘플루이딕스컬프처’
2009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고 Y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현대차의 디자인철학으로 ‘플루이딕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를 제안했다.
플루이딕스컬프처는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현대차 버전인 셈이다. 하지만 YF쏘나타는 해외에서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은 것과 달리 보수적 국내 고객들에게는 외면 받았다.
2013년 제네시스DH와 2014년 L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현대차의 디자인철학을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으로 발전시켰다. LF쏘나타는 YF쏘나타에 비해 곡선 디자인이 줄어들면서 정제된 느낌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에는 해외에서 혹평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는 LF쏘나타를 ‘특징이 없고(bland)’ ‘지루하다(boring)’고 평가했고 로이터는 현대차가 보수적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일부러 YF쏘나타보다 무난하고 각진 디자인을 적용한 것으로 봤다.
2014년 아슬란, 2015년 더 뉴 i30에도 플루이딕스컬프처2.0을 반영했지만 두 차량 모두 좋은 판매실적을 내지 못했다. 플루이딕스컬프처는 이후 점차 자취를 감췄다.
△기아차 디자인경영 성과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한 이후 ‘디자인경영’을 추진하면서 기아차는 2008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에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을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졌다.
슈라이어 사장은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고안해내 중구난방이었던 기아차 디자인을 통일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K시리즈, 쏘울, 모하비 등 기아차 대표차종은 디자인경영의 결실로 꼽힌다.
슈라이어 사장은 2007년에 “(정의선은) 매우 열려있고 긍정적”이라며 “디자인의 차별화를 매우 강조하는 편이고 자주 대화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의선이 2009년 현대차 부회장에 오른 것은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성과가 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