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과 과제
조준호는 V30의 흥행에 각오가 남다르다. 2017년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남겨진 마지막 패와 다름없다는 말도 듣기 때문이다.
그가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을 맡은 뒤 내놓은 5개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모두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V30 흥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초 공개장소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제품박람회(IFA)를 선택해 상대적으로 판매가 취약했던 유럽을 노리는 등 글로벌 공략도 강화했다.
V30이 공개 이후 좋은 반응을 얻자 마케팅을 더욱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2017년 8월 말 모집한 V30 국민체험단 수도 500명으로 크게 늘렸다. G6 체험단 인원이었던 210명에서 2배가량 많아진 것이다.
8월 말 모집했던 V30 국민체험단 수도 500명으로 크게 늘렸다. G6 체험단 인원이었던 210명에서 2배가량 많아진 것이다.
문제는 LG전자가 공격적인 마케팅에 따른 비용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V30에 들인 마케팅비용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오히려 적자부담만 커질 수 있다. LG전자는 V30으로 초반 합격점을 받았지만 하반기 삼성전자, 애플 등의 새 스마트폰과 맞경쟁을 시작한 만큼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안심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이 국내 사전예약판매에서 굳건한 수요를 보이고 있는 데다 애플도 신제품 ‘아이폰X’, ‘아이폰8’, ‘아이폰8플러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V30은 경쟁작인 갤럭시노트8이 램 6GB를 갖춘 것에 비교해 램이 4GB인 점, V30이 이번에 처음 적용한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점, 전면 카메라 성능이 떨어지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LG전자는 2017년 상반기에도 ‘G6’가 공개 직후 초반 호평을 받자 대대적인 홍보에 힘을 쏟았지만 삼성전자 ‘갤럭시S8’에 밀려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스마트폰사업에서 더 큰 적자를 떠안게 됐다.
G6 판매량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2017년 2분기 스마트폰사업에서 영업적자 1300억 원대를 봤다. 2016년 4분기 영업적자가 4670억 원에 이르렀다가 2017년 1분기 2억 원대로 줄였지만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를 1천억 원가량 낸 것이다.
V30가 G6의 전철을 밟는다면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또 다시 적지 않은 손실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LG전자가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V30의 가격을 100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책정해 수익성 확보의 부담은 더 크게 안고 있다.
V30는 올레드패널, 듀얼카메라 등 프리미엄급 부품을 갖춰 제품가격이 100만 원을 넘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64GB모델은 94만9300원, 128GB모델은 99만8800원으로 다소 낮게 책정됐다.
갤럭시노트8 출고가는 64GB모델은 109만4500원, 128GB모델이 125만4천 원이며 아이폰X는 국내 출고가가 120~140만 원대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 ▲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장(가운데)이 2017년 2월 26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위치한 멜리아 바르셀로나 사리아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년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 평가
조준호는 LG그룹에서 대표적 전략가로 꼽힌다. 온화하면서도 치밀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핵심브레인으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함께 ‘조조’로 불렸다.
V10을 내놓을 때 LG전자의 한 개발자는 조준호를 놓고 “(사장님께서) 묻고 또 물으십니다. 과거엔 그냥 지나쳤을 일도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998년 LG경영혁신 추진본부에서 LG그룹의 구조조정에 큰 역할을 담당했으며 그 뒤 2004년 북미시장에서 LG전자 휴대폰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에 따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준호는 LG그룹에서 최연소 기록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2002년 43세로 LG전자 정보통신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해 최연소 부사장이 됐다. 2009년 최연소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MC사업본부를 맡게 된 것은 G3의 성공에 이어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려는 조처로 풀이됐다.
단말기획담당 임원으로 일하는 등 스마트폰사업뿐 아니라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관계도 원활하게 구축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법인장 당시 2004년 초콜릿폰에 이어 2007년 샤인폰까지 연이어 성공시키며 LG전자를 북미 모바일시장 2위로 올려놓았다. 그는 LG전자에서 ‘초콜릿폰 신화’로 통했다.
스마트폰 이해도가 높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린다. 미소년 같은 외모로 업계에서 ‘훈남’으로 통한다.
성격은 내성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술도 삼가는 편이다.
조준호와 오랜 기간 일했던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은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못하는 데다 성격도 워낙 침착하고 발라서 허튼 농담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그를 ‘LG그룹이 구(舊) LG에서 신(新) LG로’ 전환되는 과정의 상징적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혁신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에 집착하지 말고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만들 것을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LG만의 고객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LG전자의 MC사업본부 사장으로 취임한 뒤 개발단계부터 진두지휘한 첫 작품 ‘V10’은 2015년 11월 북미시장에서 첫 판매를 시작해 판매호조를 보였다.
주변기기인 ‘프렌즈’로 시장의 호평을 받았던 G5도 조준호가 “스마트폰을 놀이터(플레이그라운드)로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